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존 웨튼(John Wetton), 레미 킬미스터(Lemmy Kilmister),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

산뜻하게 너는 떠나고
밖에는 비가 내리고
나는 옷을 갈아입는다
너 떠난 지 이미 오래지만
나는 늘 현재형으로
'너는 떠나고'라고 쓴다
푸른 우산을 갖고 밖으로 나가기 전에
없는 너를 찾아 나가기 전에
모스트 페이머스 블루 레인코트(most famous blue raincoat)를 듣는다
그 노래에서는 언제나
존재의 서글픈 아름다움이 흘러나온다
산뜻하게 너는 떠나고
나는 블루 레인코트를 걸치고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듣는다
모스트 페이머스 블루 레인코트(most famous blue raincoat)의 추억을


* most famous blue raincoat: 레너드 코헨이 부른 한 유행가 제목

―최승자, <모스트 페이머스 블루 레인코트(most famous blue raincoat)> 전문, <<물위에 씌어진>> 중에서

장석원 시인

장석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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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Bob Dylan)이 수상했다. 밥 딜런 때문에 우리는 소란에 빠져들었다. 레너드 코헨이 그 즈음(2016년 11월 7일) 죽었다. 음유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가수였던 천재 예술인이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사실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겨울이 깊어졌고, 우리는 그의 음악과 목소리와 시를 빠르게 망각하고 말았다. 지긋이 눈을 감고 ‘가장 즐겨 입던 파란 비옷’를 읊조리는 이 사람의 파고들어 침전되는 목소리는 아름답다 못해 전율을 불러온다. 그의 목소리는 완벽한 커피빛이다. 향기와 빛을 품은 목소리. 레너드 코헨의 목소리가 길어 올리는 아름다움 속에 그것이 있다. 제프 버클리의 노래로 더 유명해진 <할렐루야(Hallelujah)>가 들려온다. 레너드 코헨이 원곡을 불렀다는 사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노인이 나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노인이 나의 슬픔을 가져간다. 노인이 다독인다. 그게 삶이야, 그게 사랑이야, 그게 바로 너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따라 부른다. 위로받을 수 있다. 밝음과 어둠이 뒤섞인 따스한 목소리. 대학 1학년 때, <나는 너의 남자야(I’m Your Man)>를 듣고, 저음의 중력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와장창 깨지고 만 바람이었지만, 다시 시인의 노래를 듣는다. 그의 노래 <사랑의 종말까지 나와 춤을 춰요(Dance Me To The End Of Love)>의 비디오(https://www.youtube.com/watch?v=NGorjBVag0I)를 본다. 백열등이 가슴속에 켜진 것 같다. 따스해진다, 행복해진다. 저 하늘의 천사가 된 시인의, 아름다운 가수의 명복을 빈다.


Asia-Alpha 앨범 커버

Asia-Alpha 앨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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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튼이 킹 크림슨을 떠난 후, 유케이(UK)를 거쳐, 1982년 수퍼 밴드라고 불렸던 아시아(Asia)의 베이스 연주자 겸 보컬리스트가 되었을 때, 모두는 환호했다. 로저 딘(Roger Dean)의 앨범 커버(2010년에 국내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로저 딘은 아시아 이외에도 예스와 유라이어 힙의 앨범 커버도 디자인했다)가 돋보이는 밴드 아시아의 멤버들. 예스(Yes)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하우(Steve Howe), 버글스(Buggles)와 예스를 거친 키보디스트 제프 다운스(Geoff Downes), 프로그레시브 트리오 이엘피(ELP : Emerson, Lake & Palmer)의 드러머 칼 파머(Carl Palmer). 이들의 경력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존 웨튼의 베이스 연주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의 호소력. 가수로서의 존 웨튼이 나는 좋다. 아시아의 프로그레시브와 하드 락이 결합된 음악적 색채를 그의 노래가 표현한다고, 존 웨튼의 노래 중에서 아시아 시절의 보컬 능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하우의 투명한 기타가 배음인, 존 웨튼의 긁히는 목소리가 뚜렷한, <아슬아슬한 짓을 하고(Cutting It Fine)>가 열린다. 서걱이는 대나무 같은 느낌. 칼 파머의 드럼이 화려하게 비상하고, 키보드와 기타가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다가오는 노래 <허황된 꿈(Wildest Dreams)>에서 존 웨튼은 거친 빗줄기를 연상시키는 목소리로 달려온다. 탁성이지만 시원하다. 박하향이 퍼질 것 같은 존 웨튼의 목소리가 스미고 젖어서 저 멀리 번져 간다. 2017년 1월 31일에 우리를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지금도 머리 위에서 활강하고 있다. 촛불처럼 동공(洞空)에 고이는 노래 <너 없이(Without You)>가 나에게 온다.


모터헤드(Motorhead)의 베이스 연주자이자 리드 보컬 레미 킬미스터는 약물 중독자였다. 죽으려고 작정을 하고 자신을 학대했지만 죽지 못했고, 덕분에 그는 음악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3인조 헤비 메탈 밴드 모터헤드의 음악적 색깔은 레미 킬미스터의 목소리에 빚지고 있는 듯하다. 그는 울부짖는 늑대이고, 포효하는 격투기 선수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휘발하는 가솔린이 들어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짙은 카키색이 녹아 흐른다. 그의 목소리에는 신맛과 쓴맛이 뒤섞여 있다. 가죽 바지와 해골이 그려진 검정 티셔츠를 입고 머리에 모터를 단 듯 멈춤 없이 헤드 뱅잉을 하고 싶게 만드는 모터헤드의 음악도 레미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그들의 앨범 <<후레자식(Bastards)>>을 꺼낸다. 가사는 청소년에게 유해하지만, 음악은 유쾌하게 질주한다. 부릉부릉 시동을 건다. 엔진의 진동을 느낀다. 폭주하고 싶은 욕망 발생. 스파크가 튄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보컬리스트였던 크리스 코넬이 지난 5월 18일에 하늘로 돌아갔다. 밴드 ‘소리정원’은 황무지가 되었다. 올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의 시대가 끝났다는 상징. 그의 노래 <약속(The Promise)>이 다가온다. 그의 목소리가 살갗을 덮는다. 축축해진다. 대패처럼 벗겨내는 목소리, 저미는 목소리, 평면에 주름을 만드는 목소리,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처럼 휘황한 색채로 갈라지는 목소리, 은단을 씹은 것처럼 목구멍 안쪽을 환하게 밝혀주는 목소리 그리고 잔향(殘響)이 사라지는 순간에 퍼지는 방향(芳香)…… 세계는 바스라져 반짝이는 먼지가 되고 있다. 크리스 코넬의 떨리는, 은박지 같은 목소리가, 그가 죽은 후로, 곡성(哭聲)으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왜 노래를 그치고, 저 하늘의 거대한 파랑 속으로 잠수했을까. 사운드가든이 시애틀 그런지(Seattle grunge) 4대 밴드로 불릴 때, 그의 노래에는 힘이 넘쳤고, 더 메탈릭했고, 조금 더 사이키델릭했다.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에서 활동할 때, 그는 사운드가든보다 깊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덜 찌르는, 조금 덜 외치는 목소리. 허파 속에 웅크리는 있는 소리가 빛으로 변해 서서히 배어나온다. 탐 모렐로(Tom Morello)의 기타는 크리스 코넬의 배경에 머문다. 그의 <빌리 진(Billie Jean)>이 손을 내민다. 마이클 잭슨에게는 미안하지만, 신나는 춤은 크리스 코넬의 이 노래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빌리 진>은 처연한 이별가이다. 그의 친구이자 펄 잼(Pearl Jam)의 리더 에디 베더(Eddie Vedder)가 그를 부른다. 올해 6월 24일 라이브에서, 죽은 크리스 코넬을 추모하면서, <검정(Black)>을 부르면서, 노래의 마지막에 돌아오라(“come back”)고 외치면서 동시에 삼키면서 그는 운다. 죽은 친구를 우리 눈앞에 데려온다. 눈물이 주르르 떨어진다. 개의 사원(Temple Of The Dog) 시절에 둘이 함께 부른 <단식 투쟁(Hunger Strike)>이 이어진다. 크리스 코넬의 장례식에서 코헨의 <할렐루야>를 부른 사람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었다.


확실한 증거는 부족하지만 채스터 베닝턴의 죽음은 크리스 코넬의 자살과 연결되는 것 같다. 그는 크리스 코넬의 생일이었던 금년 7월 20일에 우리 곁을 떠났다. 그 누구에게도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다. 살아 있는 우리들은 그들의 음악이 이 세계에 더 이상 실재할 수 없다는 사실의 돌덩어리를 만지고 있다. 고개를 든다. 밤하늘이 투명하게 물러난다. 별이 얼굴 앞에 쏟아진다. 천사가 다가온다.


가스통 바슐라르, 갓산 카나파니, 닉 케이브, 라시드 누그마노프, 마르셀 뒤샹, 미셀 우엘르베끄, 밥 딜런, 밥 말리, 백석,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빅또르 쪼이, 삐에르 르베르디, 아네스 자우이, 악탄 압디칼리코프, 앤디 워홀, 에밀 쿠스트리차, 장 뤼크 고다르, 조르주 페렉, 지아 장 커, 짐 자무시, 체 게바라, 칼 마르크스, 톰 웨이츠, 트리스탕 차라, 파스칼 키냐르, 페르난두 페소아, 프랑수아즈 아르디, 프랑수아 트뤼포
―박정대, <천사가 지나간다> 전문, <<삶이라는 직업>> 중에서


그들과 그들의 음악이 천사가 되어 돌아온다. 그들의 이름을 천사 명단에 등재한다. 고요히 호명하면 돌아와 노래의 등불을 밝혀주는 천사들. 레너드 코헨, 존 웨튼, 레미 킬미스터, 크리스 코넬, 체스터 베닝턴.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 우리가, 매일, 이곳에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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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언어는 들리는 것이지 만지거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래가 감동을 줄 때, 그것은 대상을 1) 꿰뚫고 2) 죽인다.
―파스칼 키냐르, <<음악 혐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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