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수 싸움 속 무력충돌 우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에 선전포고한 바 없다"면서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어 "한 나라가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를 향해 타격한다는 것은 결코 적절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죽음의 백조' B-1B 랜서 전략 폭격기의 북한 근접 무력시위에 대해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모두 북한의 선전포고나 미 폭격기 격추 시도에 대한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입장 정리로 풀이된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리용호는 이어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산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 잃을 것도 없는' 북한은 군사적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한반도 위기 상황을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간 뒤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도박을 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영공이 아니더라도 미 전략폭격기를 격추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한 북한의 주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싸움을 거는 북한에 대해 미국은 일단 즉각 반격은 삼갔다. 북한의 의도에 성급히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미국이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할 순 없는 처지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 파괴 발언'까지 공언한 데다가 독자적인 무력시위를 포기할 경우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무력 도발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도 평양 지도부에 실제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외교ㆍ경제ㆍ군사적 옵션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이날 미 전쟁학연구소(ISW)가 개최한 콘퍼런스에 참석,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길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며 "일부는 다른 해결책보다 더 험악하다"고 강조했다.
북ㆍ미 간의 '치킨게임'과 치열한 수 싸움 속에 한반도 무력 충돌 위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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