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면세점 제주점, 4월 기준 매출이 임대료 밑돌아
시내 특허 획득 후 공항면세점 특허 반납한 신세계 전철 밟나
단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화갤러리아 등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이 일부 공항 사업장의 특허 반납을 검토하고 있다. 높아진 임대료 부담에 적자 폭이 커지고, 그간 공항점의 손실을 보전해왔던 시내면세점에서 마저 부진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 호텔롯데 등 국내 소재 국제공항에 면세점을 운영하는 복수의 사업자들이 일부 공항 사업장의 운영 특허 반납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중이다. 많게는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부담으로 각 매장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공항공사 측에 제기한 임대료 인하 감면 요청이 잇달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공사 측과의 추가적인 논의와 패널티 지급 문제 검토 등이 남아있지만, 최악의 경우 특허의 조기 반납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면세점의 경우 방한금지령 이후 제주편 전세기와 크루즈 운항이 중단, 유입 중국인관광객 수가 80~90% 급감하면서 지난 4월을 기준으로 제주점의 월단위 매출이 임대료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화 측은 최근까지 수차례 제주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납부 방식 조정을 요청해왔다. 2013년 한화가 제주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낼 당시 임대료는 연간 241억원의 고정급 또는 품목별 매출액 대비 특정된 요율을 적용해 산정, 두 금액 가운데 더 많은 쪽을 공사가 지급받기로 돼 있었다. 한화는 '매출에 따른 요율 적용' 방식으로 임대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제주공항공사 측은 최근 불가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법에 따르면 면세점을 비롯한 공항 상업시설 사업자는 영업종료 2개월 이전에 합의를 통해 사업권을 반납할 수 있다. 대신 계약관계에 따라 임대료 기준 1개월치 수준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김해공항면세점의 특허를 반납, 5년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사업 중단을 결정한 신세계면세점 역시 같은 절차를 거친 바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한화갤러리아가 제주점 특허의 조기 반납을 최종 결정할 경우 약 2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한다.
인천공항공사에 입점해있는 면세점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특히 중국인관광객이 밀려들어오던 2014년, '면세점 황금기'에 입찰이 추진된 3기 사업자들의 경우 높은 임대료를 써내며 가격 입찰경쟁을 시도, 진입에 열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3기 사업자들은 매출의 40%(지난해 기준) 가까이를 임대료로 내고 있다. 방한금지령이 온전히 반영되기 전인 올해 1분기에만 238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공사 면세점의 경우 기업들이 임대료 납부 방식으로 J커브형태를 선택, 사업 초기 대비 후기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 금액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공항면세점 운영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항점이 연계마케팅을 통해 시내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었고, 두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이 나오는 시내점이 공항의 손실을 커버할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객수 감소와 경쟁매장 수 급증으로 시내점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위 업체들은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적자로 두손을 들기 직전이고 상위 업체들은 해외 공항 및 시내에 사업장을 마련해 공항점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구매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면서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 국내 공항점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대료 경쟁을 해가며 공항점 운영을 결정한 각 기업들이 상황이 어려워지자 반납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입찰 당시 적어낸 임대료는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고 각 기업들이 써낸 것"이라면서 "모든 사업이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인데, 불리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해서 감탄고토 식의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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