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의 전쟁' 시작된다
가계부채 1360조원 대책 마련…한계기업 3200개 처방도 필요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부채와의 전쟁'에 들어간다. 136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이 됐다. 여기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한계기업(좀비기업)들이 부실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향후 '부채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갈 지 주목된다.
◆가계부채 대책, 묘안 찾을까=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7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신용은 135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342조5000억원)에 비해 1.3%(17조1000억원) 증가했다. 2002년 공식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그나마 지난해에 비해 증가속도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가계부채를 줄일 방안을 논의해 다음 회의에서 토론하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책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가계부채 관리와 주거래은행 중심의 상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본다"며 "특히 지난 6개월여 국정 공백 기간에 계획은 있지만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부에서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지만, 부채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더욱이 저금리시대에 접어든데다 2014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에는 재정·통화 등 거시 정책과 함께 대출규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탕감 등 서민금융정책이 복합적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계부채 연착륙 실질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여야 공통공약인 장기채권 채무감소부터 국회차원의 지원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좀비기업 구조조정 속도낼까= 조선·해운 등 산업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한계기업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계기업은 3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계기업 3278개 중 비교적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상장기업은 232개에 달했다.
이들 상장 한계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71조3545억원이었다. 당시 한국 국내총생산(GDP) 1565조원의 4.6%를 차지했다. 상장 한계기업이 고용한 직원 수는 정규직 9만200명, 기간제 5285명 등 9만6018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기준 매출액 13조3663억원에 임직원은 1만3199명이었다. 매출액 1조원이 넘는 상장 한계기업은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해 13개사였고, 1000억~1조원 사이 한계기업은 53개사였다. 임직원이 1000명이 넘는 곳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15개, 100~1000명을 고용한 곳은 124개사였다.
상장 한계기업의 신용공여액(대출이나 지급보증 등 부채)은 2012년 2012년 38조4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53조5000억원으로 1.4배 많아졌다. 상장 한계기업은 기업 개수로는 전체의 7% 수준이지만, 신용공여액 기준으로는 45%를 차지한다.
김 의원은 "한계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채무관리방안을 수립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기업부채 부실규모 및 손실예상 추정'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한계기업의 총부채는 239조1290억원로 추정됐다. 이는 2014년 말(194조5580억원)에 비해 45조원 가량 불어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 한계기업이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돼 한국 경제를 한 순간에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기업 구조조정의 공과를 따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