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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는 지금] 美학자금대출, '제2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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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빚 규모도 추월…갚을 능력도 점점 하락
연준 금리인상 부담…경제침체 원인될까 우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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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어?"
뉴욕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미국인이 문득 던진 질문이다. '임대수익이 나는 부동산을 구입해 둔 뒤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전형적인 대답을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난 그냥 솔직히 말하면 학자금대출부터 갚고 싶다. 돈이 좀 남는다면 동생 것도 갚아주고."

최근 미국의 젊은 대졸 커플이 결혼을 앞두고 꼭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상대방의 학자금 대출 규모다. 특정인의 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클 경우 결혼 후 가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울 수 있으니 철저히 확인하자는 논리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조사ㆍ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학자금대출 규모는 1조4100억달러로 집계돼 미국인들의 카드 빚보다도 6000억달러 가량 많다. 규모 자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학자금대출을 갚을 능력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위험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젊은 고학력 졸업생들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학자금 대출을 갚는데 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학자금 대출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학자금대출 규모 1조4100억달러…역대 최대= 미국의 학자금 대출은 지난 10년 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발표된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학자금 대출 빚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은 총 44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여 사이에 1000억달러가 더 늘었다.

학자금대출 규모가 증가하는 근본적 이유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숫자 자체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빚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문제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3만4000달러의 빚을 진 채 학업을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살 때부터 대출을 받아 30년 동안 갚아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월 351달러의 대출금을 갚고 있다. 90일 이상 연체를 한 대출자의 비율은 11.2%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부채부담은 약 70% 가량 많아졌다.

고액의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학자금 대출 규모가 10만달러 이상인 사람의 비율은 약 5%. 비율상으로 높지는 않지만 이들은 전체 학자금 대출 채무불이행 액수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ㆍ금리인상도 문제= 학자금 대출 문제가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함께 얽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대학 졸업 후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6%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 자체는 몇 년 전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정부 들어 실업률이 떨어졌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숫자로만 따져봤을 때 마치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듯 한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대학 졸업생들이 얼마나 괜찮은 일자리를 가졌는지 여부다. EPI는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불완전 고용, 즉 파트타임(Part-time)으로만 일하고 있거나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학 졸업생 중 거의 45%가 대학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학비 자체가 빠른 속도로 올라 사회 초년생들의 월급으로 쉽게 갚기가 어렵다는 것도 이유다. 지난해와 올해 사이 발표된 미국의 학비와 수수료를 보면, 4년제 주립대학은 9%, 사립대학들의 경우 13%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대학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학교를 유지ㆍ운영하기 위해선 학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점차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Fed는 금리를 올리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의 전체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출은 모기지(약 9조달러) 대출이지만,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학자금대출의 연체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자들의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제2의 모기지론 될까 우려=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 청년들의 학자금 빚은 결국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정상화를 추진하는 Fed도 고민이 깊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초 한 경제포럼에서 미국 학자금 대출 증가가 전반적인 경제활동에 역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미국의 균형 이자율 수준에 하방압력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더들리 총재는 학자금 빚 때문에 청년들이 집을 사기도 어렵게 됐다며 "중등과정 이후에 대한 교육금융 방식의 변화가 부의 분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의 주요 자산 형태가 부동산인 경우가 많은데, 학자금 부채가 많은 젊은이들이 집을 사지 못하면 앞으로 자산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통은 학자금대출로 학력을 높이고, 높은 학력으로 소득을 높여 주택구입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들리 총재는 "학자금 대출은 개인의 자산축적 등에도 제한을 가져와 경제활동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토론, 학자금 대출 이어 또다른 뇌관 지적= 한편 자동차 구매를 위해 사용되는 미국의 오토론(자동차 대출)은 1조 달러가 넘었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자동차 구매가 크게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저신용 대출자에게도 오토론이 쉽게 실행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의 전체 오토론 잔액은 1조1600억달러로, 직전분기 대비 19% 늘었고 관련 통계가 있는 18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심각한 수준으로 분류되는 90일 이상 연체율은 3.8%로 직전 분기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분석하는 기관에 따라 연체율은 훨씬 더 높게 집계되기도 했다. 대출분석업체 렌딩타임스에 따르면 오토론 연체율은 21%를 넘어섰다. 2012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또한 5개 오토론 중 최소 1건은 저신용 대출자에게 실행돼 평균 이자율도 11%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서브프라임 영역의 오토론 신용도 악화가 극심하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구매가 증가하자 사업 이력이 짧은 금융기관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실행했다는 설명이다.

아직까지 미국의 가계부채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소비자 심리 관련지표가 최고치라는 점이 위험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한 금융전문가는 "소비자 대출 부담은 조금씩 커지고 있는데, 경제를 낙관하고 있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위험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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