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의IT잼] 보장받기 어려운 아빠의 '게임할 권리'…절제하는 모습 보여준다면 오히려 자녀 교육에 득되지 않을까
#1. 은평구에 사는 A는 두살배기 아기의 아빠입니다. 그가 요즘 가장 고대하는 시간은 토요일 저녁 9시. 아이와 아내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나서 A는 슬그머니 거실에 나옵니다. 그리고 신혼 시절 야심차게 구입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를 켜죠. 커다란 칼로 괴물을 썰고 베는 게임 '베르세르크무쌍'을 하다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흘러갑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입니다. 생명을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이렇게 잔악무도한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일종의 길티 플레저(죄책감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는 것)라고 해두죠 뭐.
#2. 주부 B는 남편이 야속합니다. 40대 초반의 남편은 아이를 돌보지 않고 컴퓨터 게임에 집중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B는 급기야 시부모가 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당신 앞으로 게임 한번만 하면 쫓아낼거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은 요즘 자신의 말을 잘 듣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가끔 비를 맞은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눈빛으로 B를 쳐다본다고 합니다. "나 게임 한판만… 하게 해줘. 응?"
하지만 부모의 게임시간은 보장 받지 못합니다. 구글링으로 찾아보니 "부모들은 하루에 몇 시간을 게임하는가"에 대해 변변한 설문 자료조차 없더군요. 패밀리컴퓨터라는 게임기 이름이 무색하게도, 게임은 가족이 다함께 즐기는 게 아니라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신문에는 게임중독 부모가 집안일을 돌보지 않아 아이를 굶겨 죽이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식의 기사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낚시, 등산, 골프처럼 야외가 아니라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취미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게임을 하고 있으면 아내의 눈초리가 매섭습니다.
아빠의 게임시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어찌 됐든 아빠의 취미는 여러 활동 중 가장 후순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아빠들에게 게임시간보다 더 심각한 게 있다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무지 적다는 건데요. 아빠들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고작 6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OECD 평균의 8분의 1이라는군요.(2015년 기준) 일단 가사를 돕고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충분히 늘리는 게 최우선이겠죠.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개인의 취미생활을 즐길 시간이 올 수 있습니다.
물론 아빠와 아이가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부모가 아이와 야외를 돌며 몬스터를 잡는 증강현실게임 '포켓몬 고'를 했을 때 수많은 장점이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연구진이 67명의 부모-자녀를 조사했더니 응답자 대부분 가족들과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아빠는 딸이 살을 5kg나 뺐다고 기뻐했다는군요. 아들, 딸, 엄마, 아빠가 함께 포켓몬을 잡으러 가는 모습, 상상만 해도 흐뭇하네요.
아무쪼록 우리 아빠들에게도 일주일에 1~2시간 게임할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하죠. 아빠들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잘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자녀의 교육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