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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한 시대,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 불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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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작가, 성철 스님 첫 평전 출간

김택근 작가 (제공 :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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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산은 산, 물은 물이요.'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은 성철 스님의 첫 평전이 출간됐다. '김대중 자서전' 편집위원으로 집필을 맡았던 김택근(63) 작가가 이번 성철 스님 평전도 집필했다. 김 작가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총무원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고승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스님의 위대한 유산이 맑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1912년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태어난 성철 스님은 1936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성철'이라는 법명을 얻고 수행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자리에 눕지 않고 참선하는 '장좌불와' 8년, 외부와 단절한 채 지낸 '동구불출' 10년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불교 내부적으로는 왜색불교 정화, 한국불교 바로 세우기, 돈오돈수 논쟁, 실천불교운동, 불교 민주화 등으로 격변의 시기를 겪었고, 외적으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등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묵묵히 수행정진에 매진해 한국불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 작가는 "평전을 쓰기 위해 성철 스님이 다니신 곳을 거의 모두 다녀봤다"고 했다. 이제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경남 통영 안정사의 천제굴을 찾아 스님의 토굴생활을 유추해보기도 하고, 스님과 관련된 증언을 듣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참고문헌만 90권이 넘는다. 그는 "스님의 행적은 추적하면 되지만, 그 분의 사상과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책을 깊이있게 읽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예비 작업이 힘들었다"고 했다. '성철 평전'은 2015년 1월부터 75주간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새롭게 묶었다. 연재 당시 매회 1만회 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보통 스님들은 정좌를 하고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행적이 끊기기 때문에 평전을 내기가 힘듭니다. 대부분이 구도소설이란 이름으로 빈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넣는거죠. 이 책에서는 되도록 모든 행적을 복원하려고 애썼습니다. 민족의 격동기를 함께 한 성철 스님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남다른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성철 스님 (제공 : 모과나무)

성철 스님 (제공 : 모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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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고 강직하기로 유명한 성철 스님의 별명은 '가야산 호랑이'였다. 스님은 생전 '자기를 바로 봅시다', '남을 위해 기도합시다', '남모르게 남을 도웁시다' 이 세 가지를 강조했다. 스님을 찾아온 사람에게는 누구나 삼천 배를 시켰고, 평생을 누더기를 걸치며 산중에 머물렀다. 1993년 11월4일 경남 합천 해인사 퇴설당에서 법랍 58세, 세수 82세로 열반에 들기까지 전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1947년 성철 스님이 주도했던 '봉암사 결사'가 70주년을 맞은 해다. '봉암사 결사'는 성철 스님, 청담 스님 등 30여명의 스님이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일제강점기 잔재나 기복신앙적 요소를 몰아내 불교 수행의 근본 틀을 다시 세운 사건이다. 한국 불교가 '봉암사 결사'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도 받고 있다. 평전의 감수를 맡은 원택 스님은 "최근 권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는데, 성철 스님은 '내가 있는 동안에는 내 상좌들은 절대 주지 맡을 생각 꿈도 꾸지 마라'고 엄포를 놓으셨다. 그만큼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셨고, 산중에 계시면서도 세상사에 밝은 분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김 작가는 "성철스님은 생식을 하고 옷 두 벌로 가난하게 평생을 사셨다. 지구라는 별에 와서 삶의 자국을 적게 남겼음에도 향기로움은 가장 많이 퍼져간 분"이라며 "스님의 말씀이 이 엄혹한 시대에 선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빛과 소금이 되었음 한다"고 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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