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철거현장에서 철거된 '안전'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일반 주택이나 상가건물 공사현장은 안전업무가 굉장히 허술해요. 예를 들어 이런 곳에서 철거를 한다면 안전모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이 많죠."
서울 중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경력 15년차의 노동자 고모(45)씨는 일반적인 노동현장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항상 안전이 먼저라고 머리 속에서는 인식을 해도 막상 안전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현장에 나가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안전에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정유년(丁酉年) 새해의 시작을 알린 것은 노동자 두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철거공사 현장 붕괴 사고였다.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쯤 발생한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하던 인부 김모(61)씨와 조모(49)씨가 각각 8일과 9일 사망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라고 강조한다. 실제 현장 인부는 "철거 작업 중 1층 바닥에 세운 쇠파이프가 약해 발생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또 1984년 준공된 노후 건물임에도 바닥이 굴착기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등의 진단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현장에서 일하던 한 인부는 "철근 같은 것은 강도가 좋은 걸로 사용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줄이려고 싸구려 자재를 쓰게 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인부들은 그런 사실을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2013년 노량진수몰사고와 2015년 사당체육관 붕괴사고, 지난해 구의역 사고에 이어 올해 낙원동 붕괴사고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서울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해 말 건설업 '3불 추방 정책'을 발표한 시는 힘이 더욱 빠질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했으며 9일에는 대외일정도 모두 취소하고 대책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공사장의 안전불감증은 소규모 현장일수록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의 재해율은 일반 건설업 평균의 2배에 달했다.
이 같은 모습은 실제 현장에서도 여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은행 대규모 신축공사에서는 밖으로 보이는 모든 근로자가 헬멧을 착용하고, 인부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신호수까지 배치한 것과 달리, 200m 정도 떨어진 소규모 공사장에서는 신호수는커녕 헬멧을 쓴 인부조차 찾기 힘들었다. 뼈대만 드러난 건물 바로 옆으로 일반인이 지나가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나 안전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고모씨는 "안전이 허술한 곳은 헬멧을 안 써도 검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목이 아플 정도로 먼지가 많은 건물 지하 6층에서 일해도 높은 물가 탓에 월세를 벗어나기 힘든 게 우리 같은 노동자들인데 안전 체계라도 잘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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