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은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집단 합의로서 인류의 진화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세계의 정상들이 브라질 리우에서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 온도의 안정화에 나서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합의한 이래 산업화가 끝난 선진국과 이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공업화가 필요한 개발도상국 사이에 이해관계가 크게 대립했다. 그 결과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하로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지구적 재앙을 피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팽배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파리회의에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만장일치로 지구 온도 상승을 1.5~2도 이하로 묶어 대재앙을 피하자는 새로운 협정에 합의한 것이다.
첫째, 녹색기후기금(GCF) 같은 기후협정을 지원하는 공적 자금의 운용이 활성화되고, 이는 상응하는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은 2030년까지 연간 1조달러 이상 필요한데 이 가운데 70~80%를 민간 투자에 의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공적 자금이 본격 가동돼 민간 투자와 파트너가 된다면 리스크가 줄고 적절한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탄소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제까지 유럽연합(EU)를 비롯, 국지적으로 운용된 탄소시장이 글로벌 차원으로 연계돼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에서만 이미 1만여 기업이 참여하는 연간 거래 규모 40억t, 거래금액 240억달러의 탄소 시장이 출현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39개 나라와 23개 도시가 탄소 거래를 시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파리협정으로 이들 시장들이 서로 연결되면, 협정이 본격 시행되는 2020년 이후에는 엄청난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자본시장이 출현할 것이다.
반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투자자들은 커다란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30년 이후로 디젤ㆍ가솔린 엔진 차량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향후 35년간 석탄 산업의 연간 투자수익률이 18~74%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파리협정의 목표에 맞춰 화석 연료 사용을 전 세계에서 제한하면 에너지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석탄이나 석유 매장량의 80%가 쓸모 없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될 것이라고 한다. 태풍은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새로이 준비하는 자에겐 최고의 기회이다. 한국의 투자업계가 파리협정이라는 태풍이 주는 기회를 잘 포착하기 바란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