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알려줬다. 그런데 정작 엉뚱한 곳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서비스가 늦게 도착했다는 것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그것이다. 이왕이면 지진 발생 사실을 한시라도 빨리 알려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지진 발생 즉시 문자를 실시간 전송한다고 하더라도 1차 피해를 줄이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못된다. 초당 7km 속도의 지진파가 반경 50km 이내의 지역에 피해를 입히는 시간은 고작 30초 정도 밖에 안 걸린다.
태풍 피해를 살펴보면 더 한심하다. 지난 4~5일 '태풍 차바'로 발생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침수 피해는 다름 아닌 입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입주민들은 저층 건물에서 바다 전망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그동안 방수벽을 높이려는 계획을 무산시켰다. 입주민들은 '조망권'을 얻는 대신 '상습 침수 피해 지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지난 7일 서해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경 고속단정 침몰 사건도 마찬가지다. 근본 원인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다. 북한과의 협업해 합동 작전을 펼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남북 대결 국면이 유지되는 현 상황에선 실현될 리 만무한 얘기다. 해경·해군 함정을 대거 투입한다고 해도 일시적이다. 애꿎은 해경들만 죽어날 뿐이다. 손이 안으로 굽는 현실에서 중국이 나서 줄 리도 없다.
이처럼 혼미한 한국 사회에서 한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서울시의 지하철 파업 조기 종료다. 시민의 불편 해소와 노사 합의를 중시한 결과였다. 그렇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김봉수 사회부 차장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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