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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7년새 4배…시설낙후·학대 '현대판 고려장' 되나

최종수정 2016.09.18 18:15 기사입력 2016.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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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623개 노인시설 중 절반(42.2%)은 최하등급인 D·E등급
요양원 내 노인학대도 2010년 127건→2014년 246건 약 2배 증가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추석을 맞아 서울에 사는 이모(54)씨는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계시는 친정어머니를 찾았다. 이씨는 2년 전부터 친정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있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근 10년간은 네 딸들이 번갈아가며 어머니를 모셨지만 어머니 혼자서 거동 자체를 못하시자 고심 끝에 요양원에 모시게 됐다. 이씨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겁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명절에 요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식들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부모들을 직접 돌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자식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요양원 서비스 수준과 늘어나는 노인시설 학대에 불안감마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장기요양기관 운영현황과 과제'(이정석 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6월 1244개였던 노인요양원(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포함)은 지난해 7월 4999개로 늘었다. 7년 사이 4배로 급증하면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균일한 서비스의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노인시설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노인시설 3623개 중 A등급은 14.1%(511곳)에 불과했지만 최하위권인 D·E등급은 무려 42.4%(1537곳)에 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설치 현황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2015)’에선 현행 노인장기요양기관의 경우 50미만의 소규모 시설이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대부분 개인 영리사업자가 운영하다보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요양원 내 노인학대도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원의 노인 학대 판정 건수는 2010년 127건에서 2014년 246건으로 93.7%나 늘었다.
실제 충북에서 요양원을 운영한 목사 백모(64)씨는 2014년 10월 초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입소노인이 동료 입소자와 다퉜다는 이유로 폭행해 구속됐다. 백 씨는 노인을 쇠사슬로 묶어두기도 했다. 2014년 5월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역시 치매환자의 손발을 묶어 대다수가 침대에 묶인 채 질식해 숨졌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56)씨는 “(요양원에서) 가족이 찾아오지 않으면 국에 밥을 말아 급하게 먹이는 것 같다”며 “매일 요양원을 찾아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모(54)씨 역시 ”노인 시설 학대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돈을 더 들여 서비스가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에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뵙고 오면 아버질 요양원에 보냈다는 죄책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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