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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서 감히…육아휴직 낸 아빠들이 말하는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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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게 우선 … 성별 고정관념 깬 '육아열사'들의 신 가족론

그림=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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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독박육아,육아독립군,육아 빼박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특히 워킹맘(직장에 다니면서 육아를 하는 여성들)은 남편과 똑같이 일하지만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이 훨씬 높다.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은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지만, '워킹파파'는 왠지 생소하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추세다.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1년 1월1일부터 6월21일까지 블로그(7억3082만7399건)와 트위터(94억8666만3665건)를 통해 '워킹맘'을 분석한 결과, 워킹맘이 도움을 받는 인물 가운데 '남편'은 2011년 6위에서 올해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이 깨지는 추세라는 풀이도 나온다.
엄마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육아휴직을 하는 아빠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335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선 용감한 육아 열사이자, '워킹파파'인 육아휴직 아빠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아빠는 '돈만 버는 사람'이 아니야"=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아빠들은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교육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하태준(37)씨는 "큰 아이와 달리 둘째 아이 때부터는 일이 바빠서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다. 둘째가 아빠보다 할머니를 편해하더라"며 "지금 시기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고, 특히 아이들이 부모를 꼭 필요로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육아휴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IT계열 회사에서 차장으로 일하는 김진성(42)씨는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맞벌이 부부로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부부가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윤영수씨와 자녀들. 사진=윤영수씨 제공

윤영수씨와 자녀들. 사진=윤영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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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전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윤영수(38)씨는 "회사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해외 출장도 많아서 주중에 집에서 저녁을 먹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라며 "어느 순간 가족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로 인해 제대로 일할 수 없어서 상실감을 느끼는 아내와 아빠와 거리감을 느끼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했다. 지금부터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해봤을 때 1년 남짓 육아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드는 게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의미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들의 하루는 철저히 자녀에게 맞춰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밥을 먹이고 어린이 집에 보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에는 여느 주부와 다름없이 밀린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한다. 이후에 잠시 자유시간을 갖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함께 놀아준다.

하씨는 "아무래도 체력이 엄마보다 좋다보니까 더 격렬하게 놀아줄 수도 있고, 야외활동 시간이 길다"며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사랑을 받아도 아빠의 사랑도 본능적으로 갈구한다. 그런 점을 채워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아빠육아의 장점을 밝혔다.

사진=김진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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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는 힘들다=아빠 육아휴직자들은 공통적으로 가사노동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소해 보이는 집안일을 실제로 하기 시작하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씨는 "빨래, 청소, 설거지 등을 나름 한다고 했는데 8년차 주부인 아내가 보기엔 부족해보일 때가 많은 것 같다"며 "그래도 문화센터에서 요리도 배우고 노력하고 있다"며 살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씨는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처럼 '아내 저녁은 뭐로 챙겨주나', '아내는 언제 오나' 기다리게 된다"며 "살림하는 데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놀이터에서 엄마들 수다에 끼고 싶어도 끼기가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수입이 줄어드는 점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첫 3달은 아빠의 달 인센티브가 있어서 괜찮지만 육아휴직급여가 적어서 어려움이 있다"며 걱정했다.

'아빠의 달' 인센티브는 한 자녀에 대해 부부 중 두 번째로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첫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윤씨는 "그동안 벌어놓은 걸로 생활한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고 알차게 보낼 생각이다"라고 다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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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준비하냐?"…곱지 않은 시선도=
남성 육아휴직자들이 증가했다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김씨는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어디로 이직하냐'라는 말이었다"며 "정말 육아를 하기위해서 육아휴직을 내는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사실 복직도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라서 회사에서 주는 눈치는 없었다는 윤씨는 "처음에는 애들을 유치원 학교에 보내고 낮 시간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어색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나 육아휴직 했어요'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며 "시간이 지나니까 어느 정도 극복했다. 여기 저기 시선을 신경 쓰면 육아휴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하씨는 "가족이나 회사차원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면서도 "어린이집에 애들을 데려다줄 때면 아빠가 오니까 선생님이나 할머니, 엄마들이 생소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며 "참여수업 때 '애들 엄마는요?'라고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빠 육아휴직이 활성화 됐으면"=윤씨는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일단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며 "도피성이라든가 일시적인 감정으로 결정했다가는 후회가 클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육아라는 게 마냥 즐겁고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게 아니다. 지칠 때도 많다"며 "'아이랑 놀아준다'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논다', '집안일을 도와준다'가 아니라 '내가 주부다'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아빠 육아휴직자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남성 육아휴직이 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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