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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식사정치'하면 DJ를 떠올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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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의원 전원의 오찬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를 만나 20여 년 전 김대중 정권 초기의 일화를 들려줬다.

때는 1998년 4월11일. 김대중 대통령(DJ)과 김종필 국무총리(JP)의 DJP연합 정권이 출범한 지 한 달 보름 만에 여당 소속 의원 전원이 청와대 만찬에 초대됐다. 헌정사상 첫 여야 정권 교체라는 의미 보다는 외환위기 직후의 어두운 사회분위기가 만찬장을 짓눌렀다. 대통령 앞에서 입조심해야 한다는 통례도 만찬장을 엄숙하게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그러나 한 의원의 노래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하던 중 자유민주연합 소속 초선 의원이 갑자기 노래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제가 노래 한곡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말을 한 이 의원은 당시 유행한 노래를 불렀는데, 만찬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것이다. DJ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갑작스런 노랫 가락에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에피소드를 전한 새누리당 의원은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도 그렇고, 그 전 같으면 구둣발로 차였을 사건이지만, 그 때는 DJ뿐 아니라 JP도 웃음을 터뜨려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식사정치'에서 DJ는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의원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연립정권의 두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을 놓고 각 당이 힘겨루기를 할 때는 소속 의원들을 일주일 간격으로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했으며 야당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야당 의원 전원과 밥을 먹는 기회를 수시로 엿보기도 했다. 여당 수뇌부, 야당 대표와의 식사는 수시로 있었다.
무엇보다 밥 먹는 자리에서는 토론이 활발히 열렸다. 1999년 9월19일 국민회의 의원 초청 오찬장에서는 의원들이 신당창당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식사시간이 무려 3시간 10분 동안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여당 의원들과의 오찬이 화제다. 과거 사례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130여명의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배웅하는 모습은 전례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국회법 파동으로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과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참석자는 "조용히 앉아 있다 밥만 먹고 가겠구나 싶었는데, 의원 개개인에게 맞춤형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식사정치는 분명 달라졌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자발적인 변화라기 보다 정치지형을 고려한 측면이 다분했다.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결코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에서 '선거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관심은 소통 변화의 진정성에 모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부, 중진, 야당 등을 그룹으로 묶어 자꾸 얘기를 들어야 한다. 국정과제 완성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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