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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하얀 실오라기 걸친 주름치마…초록융단 품은 원시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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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무건리 이끼계곡의 여름

육백산 골짜기에 숨어있는 무건리 이끼계곡은 깊고 적요하다. 첫번째 폭포에서 줄을 타고 올라가면 거대한 협곡이 막아선다. 이 협곡을 통과하면 최고의 절경인 용소와 두 번째 이끼폭포가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육백산 골짜기에 숨어있는 무건리 이끼계곡은 깊고 적요하다. 첫번째 폭포에서 줄을 타고 올라가면 거대한 협곡이 막아선다. 이 협곡을 통과하면 최고의 절경인 용소와 두 번째 이끼폭포가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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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주름치마를 펼친 것 같다. 가뭄에도 흐르는 물줄기가 반갑다.

서너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주름치마를 펼친 것 같다. 가뭄에도 흐르는 물줄기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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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계곡으로 드는 협곡은 미지의 세계로 드는 문처럼 보인다.

이끼계곡으로 드는 협곡은 미지의 세계로 드는 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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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계곡으로 가는 길섶에서 마주한 야생화들

이끼계곡으로 가는 길섶에서 마주한 야생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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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객이 핏대봉 허리를 에두르는 숲길을 걷고 있다. 야생화가 피어난 길은 유순하고 낙엽송 울창한 길은 맑고 시원하다.

산행객이 핏대봉 허리를 에두르는 숲길을 걷고 있다. 야생화가 피어난 길은 유순하고 낙엽송 울창한 길은 맑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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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 같은 물줄기가 초록융단을 품고 흘러내린다.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가 초록융단을 품고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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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미지의 세계로 드는 길입니다. 깊고 적요합니다. 가만히 바람을 타고 도는 향기를 느껴봅니다. 들큰한 내음에 온몸이 짜르르~ 떨립니다. 여름날 초록의 유혹적인 향기가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태초의 원시림을 간직한 육백산 자락을 걷습니다. 쭉쭉 뻗은 나무들은 짙은 숲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길섶에 피어난 야생화는 빛처럼 반짝입니다.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 깊은 골짜기로 갑니다. 비바람 긴 세월을 견뎌낸 이끼가 계곡을 뒤덮어 초록세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초록이 아닌 것은 이끼 위를 타고 내려오는 투명한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뿐입니다. 바위와 나무 등에 붙은 초록 이끼 더미가 신비롭습니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초록빛이고 계곡에 널브러진 고사목도 초록옷을 입었습니다. 이끼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고 청량한 물소리로 세상 시름을 잠시 잊습니다. 그저 바라만봐도 눈이 호사를 누리는 풍광을 찾아 떠나봅니다.

강원도 삼척 도계읍 육백산(해발 1244m). 그 옛날 산정이 평평해 조(粟)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1960년대까지 호랑이가 출몰하던 첩첩산중이다. 이 육백산 허리춤의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에 무건리 이끼계곡이 꼭꼭 숨어 있다. 태곳적 신비를 고이 간직한 채.
깊은 숲길을 걸어 이끼계곡으로 향하는 산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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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유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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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은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수년간 입산이 통제됐다. 몇 해 전 다시 세상과 만났다. 백두대간 첩첩산중에 있어 가는 길이 만만찮지만 이끼계곡을 보기 위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무건리 이끼계곡은 가는 길부터 특별하다. 갱도에서 서늘한 냉기가 나오는 석회암 광산을 지나 가파른 길을 몇 굽이 돌면 차량 통행차단기가 나온다. 이곳이 들머리다. 차단기에서 이끼계곡까지는 약 4㎞, 1시간30분쯤 걸린다.

핏대봉 허리를 에두르는 오솔길은 꽃 향기 그윽한 숲길이다. 낙엽송 울창한 길은 맑고 시원하다. 가파른 절벽에는 붉은 표피가 생동감 넘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오르막을 몇 굽이 돌면 성황당이 있는 국시재 고갯마루다. 나무 아래 돌무덤에 작은 돌을 하나 얹고 예를 갖춘다. 성황당에서 큰말까지는 순한 길이다. 시야가 뚫린 우측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따라붙는다. 숲이 울창한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큰말이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서너 채의 집은 인기척이 없다. 밭작물을 가꿀 때나 드나드는 집이다. 대문도 없는 어느 집을 바라보니 오지마을 특유의 한적함이 전해 온다.
길섶에 피어난 나리꽃이 길손으르 반긴다

길섶에 피어난 나리꽃이 길손으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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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내륙은 강원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통한다. 옛날에 난생처음 바다를 구경한 촌로가 이웃에게 동해가 무척 넓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이웃은 "동해가 아무리 넓어도 우리 집 콩밭만큼 넓겠느냐"고 반문했다는 우스개가 전해 온다. 호환이 두려워 담을 지붕에 맞닿게 쌓을 만큼 삼척 내륙은 깊고 깊은 오지였다.
무건리 마을은 한때 300여명이 살았다. 하지만 하나둘 도시로 떠나면서 몇 집만 남았다. 소달초등학교 분교도 1994년 89명의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분교터는 어느해 큰 물에 페허가 돼 사라졌다.

이끼계곡은 큰말의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 300m 아래 계곡에 있다. 잡초 무성한 비탈길이다. 고목이 우뚝 솟은 오솔길을 지나자 엉겅퀴, 개망초, 비비추, 초롱꽃, 나리꽃, 동자꽃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길을 밝힌다.

가느다란 로프와 나무계단을 지나 물소리를 찾아 내려선다. 숲이 울창해 한낮에도 어둑하다. 비탈길 중간쯤에 이르자 거센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나뭇잎 사이로 짙푸른 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침 하늘이 열리면서 푸른빛이 감도는 소와 함께 첫 번째 이끼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석회동굴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이끼폭포를 흐르는 물줄기가 더해져 푸른빛이 감도는 용소로 흘러내린다.

석회동굴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이끼폭포를 흐르는 물줄기가 더해져 푸른빛이 감도는 용소로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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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모습의 이끼폭포는 높이 7~8m 에이른다. 서너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부채꼴 모양으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주름치마를 펼친 것 같다. 가뭄에도 끊임없이 내려오는 물줄기가 반갑고 고맙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석회석이 녹아내려 희뿌옇게 보이는 푸른 소 뒤로 쏟아지는 폭포는 장관이다. 그러나 감탄사를 연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왼쪽 이끼폭포에 걸린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두 번째 이끼폭포가 협곡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풍경화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험하다. 밧줄을 잡고 계곡을 오르고 내린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물을 건너자 용소와 이끼폭포가 비로서 장업한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10m쯤 되는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초록 치마를 드리우고 있다. 그저 바라만봐도 눈이 호사를 누리는 풍광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계단 모양의 이끼바위를 흐르는 물줄기는 한 가닥 두 가닥 이어져 비단처럼 매끄러운 폭포수로 변한다.
숲길에서 만난 발아래 풍경

숲길에서 만난 발아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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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소리에 귀가 멀고 용소와 이끼폭포의 비경에 눈이 먼다. 순간 짜릿한 냉기가 온몸을 감싼다. 동굴처럼 움푹 들어간 검은 절벽아래 검푸른 용소(납닥소)가 눈앞에 펼쳐진다. 동굴 절벽과 용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소름이 오싹 돋을 정도로 차갑다. 태곳적 자연이 마냥 신비롭다.

이끼폭포 앞 계곡에 발을 담근다. 한동안 눈을 감고 시간을 보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잠시 들어온 느낌이다. 나가기가 싫어진다.

삼척=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정선을 지나 태백까지 간다. 태백에서 삼척 도계읍을 지나 '고사리' 마을 팻말을 따라 우측으로 가면 석회암 채굴장을 지나 무건리 마을이 나온다. 임도 초입 차단기에서부터 4㎞ 거리에 큰말 샘터가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이끼계곡이다.
미인폭포

미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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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도계읍 삼포리 미인폭포(사진)는 절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물방울이 분수처럼 펼쳐진다. 미인폭포 주변의 협곡은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된 역암층이다. 도계에서 동해바다 쪽으로 나가면 준경모를 비롯해 대금굴, 환선굴, 죽서루, 신리너와마을, 덕풍계곡, 속섬(솔섬), 장호해수욕장, 새천년도로, 해양레일바이크 등이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 테마로 삼척에 문을 연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

그리스 산토리니 테마로 삼척에 문을 연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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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대명리조트는 강원도 삼척에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을 오픈했다.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은 파란 지붕으로 유명한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테마로 한 해양리조트다.

'쏠비치 호텔&리조트 삼척'은 대명리조트가 운영하는 13번째 리조트이자 두 번째 쏠비치 브랜드다.

쏠비치는 대명리조트 계열의 '해양테마리조트' 브랜드로서 첫 번째 쏠비치는 스페인 항구도시 말라가를, 두 번째 쏠비치는 그리스 산토리니를 재현했다.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을 공간'을 주제로 산토리니 섬의 아름다운 특징을 리조트 곳곳에 담았다. 새하얀 외벽과 코발트블루 빛 지붕의 조화가 돋보이는 '그리스 키클라틱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외관을 설계했다.

호텔 217실, 리조트 492실, 총 709실을 갖췄다. 709 객실에 대명리조트의 29년 노하우를 모두 집약시켰다. 10개 레스토랑과 카페, 지중해 동굴도시 '카파도키아' 컨셉의 워터파크 '아쿠아월드 삼척', 6개 컨벤션홀, 유아를 위한 상상놀이터, 도계유리공방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가장 큰 특징은 에메랄드 빛 바다 전망을 가진 다양한 편의시설이다. 야자수, 조각상, 지중해 풍 분수, 키클라틱 양식으로 건축된 공방이 어우러진 '옥상정원', 270도 오션뷰를 자랑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마마티라 다이닝', 쏠비치 고객만을 위한 '프라이빗 비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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