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가치판단을 떠나, 4년 동안 정치적으로 진화한 사람은 김종인 한 명 뿐인 것 같다."
그는 "김종인은 중위투표자론 같은 선거공학을 활용할 줄 안다. 당의 전통적 가치나 당내 역학관계,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서 그런지 과감하다"고 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보수(정당 혹은 후보)는 좌로, 진보는 우로 이동해 상대 진영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이 중위투표자론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곁에 있을 때 경제민주화로 중위투표자론을 구현한 셈이다.
더민주에서의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에서만큼 파격적이지 않다. 본래 민주ㆍ진보 진영 의제여서다.
김 대표의 '북한 궤멸' 발언이 '야당용 확장도구'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김 대표는 논란 속에 지난 15일 jtbc '뉴스룸'에 나가 "그 말(북한 궤멸 발언) 자체를 취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박았다.
더민주의 정강정책은 여전히 7ㆍ4남북공동성명과 6ㆍ15공동선언, 10ㆍ4정상선언 등 "남북한의 기존 합의를 존중"한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북한 궤멸'이란 레토릭은 보수의 언어 아닌가. 이 쪽에선 금기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성으로든 목표로든 북한의 궤멸이란 개념을 끼워넣으면 더민주 정강정책은 성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비대위 회의 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국민의당에 들어간 데 대한 입장을 밝히다가 "덧붙여 말하겠다"며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는 과거에 살지 않습니다.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지. 과거의 명성에 사로잡혀서 현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일부 야당 인사들까지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고 썼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우클릭에 경고를 보낸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과 함께 '엇박자', '선긋기', '갈등' 같은 뒷말이 따라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당내 회의에서 '햇볕정책 보완론'을 꺼냈다.
더민주는 이것이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보완ㆍ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 측은 '햇볕정책 실패'를 언급한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