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 성수기 겹치면서 '호가=전셋값' 현상 지속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은지 30년이 넘었으니 난방도 수도도 죄다 엉망이라 사는데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올 봄 2단지가 이주하면서 1단지 전세가 1억원이나 뛰더니 추석 지나고 또 2000만~3000만원이 더 올랐다는데…"
세입자들은 기존 전세 보증금으로는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 전세를 얻기 어렵고,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경우에는 학교를 옮기기도 쉽지 않아 인근 전세로만 몰리다 보니 한동네 주민들간에 몇 개 안되는 전세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6㎡ 전세는 올 초 1억2000만~1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1억원 이상 오른 2억3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50㎡ 도 지난해 10월 8500만원에서 최근 1억6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재건축 이주 수요에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려 강남권의 전세난은 더욱 극심해졌다.
서울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 74㎡의 경우 전세가가 올 초 3억3000만원에서 현재는 4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110㎡는 3억5000만~3억7000만원에서 이달 4억500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전세물건이 귀해지자 공인중개업소 간에 정보가 공유되기도 전에 곧바로 계약되는가 하면, 상당수 집주인들은 월 120만~130만원 이상의 월세로 전환하길 고집하고 있다.
인근 '잠실엘스' 아파트 전세도 올 들어서만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연초 85㎡의 전셋값이 7억원 내외였으나 이달 들어 8억3000만~8억4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잠실은 주거환경이나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이 지역을 떠나지 않으려는 세입자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주 가능한 물건이 부족하다 보니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의 경우 호가를 올려도 세입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매주 올라 사상 최장 기간 오름세에 상승폭도 최대 수준을 기록중이다. 연초에 비해 10월 현재 13.33% 상승해 이미 지난해 전셋값 변동률 6.68%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연간 전셋값 변동률로도 최고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 이주 수요와 전세의 월세전환 속도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저금리 기조로 전세의 월세전환이 계속 되고 있는데다 일부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으로 흡수되긴 했으나 입주까지는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전세난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지역별 재건축 이주시기를 조정하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는 없다"며 "올 가을 이사철도 전세난을 해결할 만한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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