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문체부 실무자 인사를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 유 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증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이 사적 인연에 의해 실무 공무원 인사까지 챙긴 셈이고 정씨가 국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증언은 거짓이 된다. 무엇보다 '비선정치'는 없다던 박 대통령 발언도 신뢰를 잃게 된다.
유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며 이 같은 의혹을 확인했다. 정씨가 청와대 실세 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시작된 논란이, 박 대통령의 문체부 국ㆍ과장 경질지시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윤곽을 드러내는 중대 발언인 것이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체육계 적폐 해소가 더딘 이유는 실무 공무원들의 소극적 대처 때문이라는 보고를 받고, 이 같은 내용을 유 전 장관에게 전했으며, 이에 유 전 장관이 직접 해당 국ㆍ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했다는 설명이다. 유 전 장관과 청와대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인데, 유 전 장관은 6일까지 청와대 설명에 대해 재반박하지 않았다.
유 전 장관은 지난 7월 공직을 떠났는데, 당시 박 대통령의 인사 지시에 불응하다 경질됐다는 설이 많았다. 인사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충돌한 정황이 분명하고, 그가 공직을 떠난 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당시 관측은 어느 정도 맞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유 전 장관이 재반박 등을 통해 박 대통령과 정씨 부부의 인사청탁 고리를 분명하게 증언한다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대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진위 여부를 수사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게 되는 셈이다.
5일 검찰조사를 받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정윤회 국정개입'의 증거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가도 관건이다. 앞서 그는 "60% 정도 맞는 이야기"라며 문건에 나오는 내용 중 절반 이상이 사실임을 암시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정씨와 청와대 실세 비서관 3인 등은 모두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정씨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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