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만 해도 부지기수지만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관심이 다시 한번 안전에 쏠린 이 시점에서 시간을 20년 전으로 되돌려봤다. 1994년 오늘은 성수대교가 무너져 출근 혹은 통학에 나선 3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빚어진 날이다. 또 성수대교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3일 뒤에는 충주호에서 유람선 화재가 발생해 1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안전 소홀에 따른 참사가 잇달았다는 점에서 요즘 상황과 흡사하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성수대교 붕괴 직후 담화에서 "만성화 되고 상습화 된 부실공사를 영원히 추방함과 동시에 책임자와 관리태만으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위험을 점검하는 것을 비롯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를 다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월호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강조한 관계자 처벌, 안전대책 강화 등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E.H 카는 '역사는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나아간다'고 했다.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진행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발전한다고 본 것이다.
당시 정부가 재발방지책 가운데 하나로 내놓은 시설물 안전특별법을 봐도 그렇다. 이 법은 건설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건축물의 사후관리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번에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국회에서는 이 특별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우선적으로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뒤집어보면 이 법은 지금까지 정치권의 관심 밖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꽤나 큰 사고의 충격을 너무 쉽게 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로운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보다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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