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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檢, 어쩌다 軍에 SOS를…

최종수정 2014.06.11 13:00 기사입력 2014.06.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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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비상하고 시급한 상황이라 여유 없이 회의를 진행하게 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임정혁 대검찰청 차장은 10일 오후 '유관기관 고위 관계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검은 실제로 이날 급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도피와 관련해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지금까지 검거방식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장면이다. 유병언 검거 지연은 결국 검찰과 경찰의 무능을 드러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10일 오후 6시 정부기관 책임자들이 대검에 총집결했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 안전행정부 지방자치국장 대리 행정과장, 경찰청 수사국장,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 관세청 조사감시국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패부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도 참석했다. 70세가 넘은 고령의 민간인을 잡기 위해 군대까지 나선 셈이다. 해군은 유병언 밀항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원근해 해안 경비에 돌입했다. 군이 '유병언 찾기'에 본격 투입된 것은 범정부 차원의 대응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기에 군에 'SOS'를 치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다짐했지만, 성과는 말 그대로 미미하다. 유병언 일가 수사가 본질인데 핵심인물 소재 파악에 실패한 채 주변인물만 구속하는 변죽을 울렸다.

대한민국 검찰이 이렇게 무능할리 없다는 믿음(?)은 그럴듯한 음모론의 불씨가 됐다. 검찰이 유병언 소재를 파악해놓고 검거 타이밍을 저울질한다는 분석부터 유병언과 권력의 커넥션 때문에 검찰이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검찰이 유병언 동선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검찰의 '고성능 안테나'는 정말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을까. 권력의 심기를 헤아리는 데만 '탁월한 감각'이 발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할 따름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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