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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사건 증거조작' 檢·국정원에 쏠리는 시선…쟁점은?

최종수정 2014.02.17 10:27 기사입력 2014.02.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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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서 3건 중 2건은 국정원 통해 확보…아직 위조 단정할 수 없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핵심 증거가 조작됐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옴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 검찰과 국정원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위조된 증거 제출이 확정될 경우 공소사실 전체가 무너져 두 기관은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검찰과 국정원이 이 과정에서 고의적인 조작을 유도했거나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또 중국 정부가 검찰의 위조 증거 제출에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면서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사건개요 = 검찰은 지난해 2월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34)씨를 구속기소했다.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이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간첩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화교 신분임을 숨기고 한국에서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 등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유씨는 지난달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다며 사정당국의 '성명불상자'를 경찰청에 고소했다. 지난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로부터 검찰 측 증거자료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 13일 중국 대사관이 발송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관련 진위 여부 답변서. "검찰 측이 제출한 공문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 13일 중국 대사관이 발송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관련 진위 여부 답변서. "검찰 측이 제출한 공문은 모두 위조된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위조된 검찰이 낸 증거 어떤 것? = 검찰은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재판부에 중국-북한간 출입경 기록을 제출했다. 출입경 기록에는 유씨가 언제 북한을 드나들었는지가 기재돼 있어 혐의 입증에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법원에 출입경기록 조회결과,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허룽시 공안국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등 3가지를 제출했다.

증거가 제출된 이후 유씨의 변호인단은 증거의 진위파악을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고,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를 받아들여 사실확인서를 중국대사관에 보냈다.

지난 13일 중국대사관은 사실확인서에 대한 회신을 보내왔다. 결론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가 모두 위조됐다는 것. 중국 정부는 검찰이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조회 결과는 물론, 정상적인 경로로 발급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확인서마저 위조라고 답했다. 반면 변호인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조회결과와 정황설명서는 합법적으로 발급된 게 맞다고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 검찰이 제출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며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檢, 증거 어떻게 입수했나? =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대검찰청을 통해 외교부와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입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증거가 원활히 수집되지 않자 이번엔 국정원이 나섰다. 국정원은 허룽시 공안국을 통해 이 기록을 확보했고 지난해 10월 검찰에 전달했다.

변호인단이 당시 증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검찰에 입수경위를 소명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외교부와 선양의 영사관을 통해 허룽시 공안국이 출입경기록을 발급해 준 사실이 있다는 회신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다.

즉 3가지 증거 중 출입경기록을 포함한 2건은 검찰과 함께 수사를 진행한 국정원이 직접 입수했고, 나머지 사실확인서 1건만 외교 채널을 통해 입수한 셈이다. 어디를 통해 입수됐든 중국 정부는 이 문서들이 모두 정상 경로로 발급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씨를 체포하고 초반에 조사를 직접 진행한 점, 관련 증거 확보와 제출 과정에 모두 국정원이 징검다리처럼 연결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검찰과 국정원의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변호인, 엇갈리는 주장 = 검찰과 변호인단이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기록 발급처는 다르다. 검찰이 낸 문서는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했고 변호인단의 문서는 길림성 연변조선족 자치주 명의다. 이 때문에 확인 도장이나 도장이 찍힌 위치 등이 서로 다르다.

검찰은 제출된 문서는 모두 한국영사관 등 공식적인 기관의 협조를 구한 것이고, 중국대사관이 위조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및 외교부 등에 입수경위를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문건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변호인단의 증거에도 의문점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이 제출한 출입경 자료에 '입국'이 연속 3번 적혀있다는 것. 의혹에 대해 변호인단은 삼합변방검문소 명의의 상황설명서를 제출했다. 중국 측은 "전산 업데이트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로 기록이 잘못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전산 프로그램으로 해당 오류가 발생할 수 없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향후 열릴 재판에서 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1심 재판에서는 출입경 기록을 제출하지 않다 항소심에 가서 낸 것을 두고도 변호인 측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중국 측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입수에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변호인단은 "핵심 증거가 되는 것은 제쳐두고 제3자의 진술 등에만 의존해 표적수사를 진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으며 여동생을 통한 진술확보 과정에서도 회유와 가혹행위 등을 통해 억지로 끌어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유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1년 넘게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규명돼 힘 없는 약자를 간첩으로 모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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