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신흥국들이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는 바닥을 드러낸 외환보유고와 통화가치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러한 이유로 아르헨티나 페소, 터키 리라, 헝가리 포린트, 인도네시아 루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46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만 남았다. 이것은 부채를 메우는데 필요한 자금의 18%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남아공 란드화 가치는 지난달 달러당 11.3909란드 까지 떨어지며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그동안 텡게화 가치 방어에 나서느라 45억달러 가량을 풀었지만 외환보유고가 급감하자 이를 늘리기 위해 11일 자국 통화인 텡게화 가치를 아예 20% 가까이 평가절하했다. 카자흐스탄 외환보유고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도 2011년 4월 이후 외환보유고의 54%를 풀어 자국 통화인 그리브나화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애썼지만 그리브나화 가치는 달러 대비 5년 래 최저 수준인 8.955그리브나 까지 떨어졌다. 현재 우크라이나 외환보유고는 1월 말 기준으로 8년만에 최저 수준인 180억달러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는 외환보유고가 루피아화 가치 하락을 막는데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연료 보조금을 축소하고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방법을 바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7월까지 7개월 동안 루피아화 가치 하락 방어에 외환보유고 200억달러를 소진했다.
빅토르 스자보 애버딘자산운용 펀드 매니저는 "자국통화 방어를 외환보유고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바닥난 외환보유고 때문에 신흥국이 받는 부담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런던 소재 투자은행(IB)인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만의 이란 소롯 스트래티지스트는 "외환보유고가 계속 바닥을 드러낸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외환위기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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