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금융교육만 유독 약한 한국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교육과 국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고등교육 이수자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에 달하는 반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3%만이 고등교육을 받았을 뿐이다. 성인 문맹률도 소말리아와 나이지리아에서는 각각 63%와 39%에 이르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1% 미만이다.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읽고 쓰기 능력에서 언제나 세계 1위를 도맡고 있다. 미얀마, 북한과 같이 문맹률이 낮으면서도 경제개발이 더딘 국가가 있는 점을 예외로 한다면 교육과 경제발전은 대체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후(戰後) 폐허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것도 교육 덕분이다. 1945년 해방 당시 문맹률은 78%였지만 교육열 덕분에 해방 30년이 된 1975년에는 한국인 전체의 평균 학력이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 수준에 이르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특유의 교육열은 유독 금융분야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사라진 '문맹'이라는 단어가 '금융문맹'이라는 신조어로 환생했는데, 좀처럼 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금융문맹 퇴치는 요원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 수준을 감안하면 교육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에 대한 이해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중위권 수준이다. 금융선진국이 제외된 만큼 실제 순위는 이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에 대한 무지함은 예상 보다 심각하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난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과정 역시 교육의 부재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부실문제와 최근 터진 동양그룹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각각 후순위채와 기업어음에 투자한 5만여 명 이상의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예적금 이자 보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투자했다.
사기판매한 금융회사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후순위채와 기업어음이 어떤 특성을 가진 금융상품인지를 알지 못했던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상품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이들 중 상당수는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피해자는 최소화됐을 지도 모른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금융교육이 절실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모르고 당하는' 투자 악순환을 끊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금융교육은 또한 금융소비자보호 이슈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된 제도를 보면 금융당국이나 회사가 소비자를 위해 개선책을 내놓는 게 대부분이다. 반대로 소비자가 짊어져야 하는 의무는 상대적으로 적다. 소비자도 교육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준의장이 "금융교육은 생존의 문제"라고 했듯이, 우리나라 금융은 기로에 서있다. 10년 후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의 미래는 현재의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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