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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박지수, 韓 여자농구 센터 계보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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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사진=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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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농구 센터 계보를 이을 재목이 나타났다. 올해 15세에 불과한 박지수다. 농구인들의 기대대로 쑥쑥 성장한다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에 승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192cm인 키는 더 자랄 것이다. 기량 또한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수는 조만간 발표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어떤 형태로든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대한농구협회가 16명의 예비엔트리를 12명으로 추릴 때만 해도 합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치진은 박지수를 대회가 열리는 태국으로 데려갈 생각이다.
박지수의 행보는 할머니 세대인 박신자, 어머니 세대인 박찬숙과 무척 닮아있다. 한국 여자농구 센터 계보를 살펴보자.

한국 여자농구가 세계무대에 처음 도전장을 내민 건 반세기 전인 1964년이었다. 그해 4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4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상업은행 단일팀이 출전, 8위를 기록했다. 당시 상업은행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한국은행, 제일은행, 조흥은행 등과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치며 경기력을 끌어올려 당시로는 흔치 않았던 국내 개최 국제 대회 ‘박정희장군배쟁탈동남아여자농구대회’에서 5연속(1963년~1967년) 우승을 차지했다.

상업은행이 한국 농구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박신자 덕이 컸다. 숙명여중 시절인 1950년대 중반부터 숙명여고의 동남아시아 원정 경기에 합류하는 등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당시는 국가대표팀을 구성해 출전할 대회조차 없었으니 여고 최강 숙명여고의 국외 원정은 대표팀의 원정과 다름없었다.
1959년 숙명여고를 졸업한 박신자는 8년 뒤인 1967년 4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제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당시 박신자는 176cm의 키로 2m대의 동유럽 센터들과 겨뤘다. 박신자는 준우승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대회 최우수선수와 베스트5로 뽑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인정을 받았다. 이 대회 결승 라운드에서 한국은 일본을 81대 60으로 눌렀다.

박지수[사진=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공]

박지수[사진=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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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8월 도쿄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박신자는 한국이 프랑스, 일본을 가볍게 제치고 우승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동유럽 나라들이 북한의 국호 문제 등 대회 운영에 불만을 품고 출전을 거부한 반쪽 대회였지만 현재까지 한국 여자 농구가 거둔 유일한 세계 규모 대회의 우승이다.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에서 여자농구가 정식종목으로 각각 채택된 1974년 테헤란 대회와 1976년 몬트리올 대회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한국 여자농구는 일본보다 한 수 앞섰다고 생각하기 쉽다. 1967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대승을 거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뜻밖의 대패를 당한 적도 있다. 1975년 9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제7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 라운드가 대표적이다. 일본에 62대 89로 크게 졌다. 이 대회에서 일본은 역대 최고인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5위였다. 1년여 전 열린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은 아시아경기대회에 처음으로 나선 북한과 중국을 각각 81대 63, 84대 71로 꺾었다. 그러나 일본에 70대 71로 져 준우승을 거뒀다. 박신자가 은퇴한 뒤 벌어진 일이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에 밀리고 있던 그 때 박신자의 뒤를 이을 센터가 조용히 성장하고 있었다. 1974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제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중부 농구 결승에서 서울 숭의여중은 전남 수피아여중을 45-30으로 꺾고 우승했다. 당시 숭의여중 센터 박찬숙은 개막식에서 선수들을 대표해 선서를 했다. 그때 박찬숙의 키는 180cm였다.

이듬해 숭의여고에 진학한 박찬숙은 이옥자, 원영자, 강현숙, 신인섭, 박성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팀에 합류, 콜롬비아로 떠났다. 주전 멤버는 아니었다. 김경순, 정미라, 조경자, 조영란, 이연숙 등과 함께 보강 멤버로 참여했다. 세대 교체된 한국이 일본에 대패하는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본 박찬숙은 4년 뒤인 1979년 5월 막 문을 연 잠실체육관에서 패배를 되갚았다.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 라운드에서 일본을 64-56으로 물리쳐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1983년 7월 브라질에서 벌어진 제9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선 대표팀의 4강을 견인했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은메달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여중 3학년 박찬숙이 10년 만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성남 청솔중학교 3학년 박지수에게 다음달 27일 방콕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경험의 무대가 될 것이다. 대표팀은 3위 안에 들 경우 내년 9월 터키에서 개최하는 제17회 FIBA 세계여자선수권대회 출전권을 거머쥐게 된다. 박지수가 박신자, 박찬숙, 정은순(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주역)으로 이어진 한국 여자농구 센터 계보에 오를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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