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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光場, 廣場, 狂場 변화의 순간, 역사는 그곳을 먼저 기억한다

최종수정 2013.07.26 14:14 기사입력 2013.07.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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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선집중 시리즈 51. 서울 시내 광장들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1960년대 '여의도 광장' 등 조성 시작
초기엔 정권 정당화·시민 동원의 상징

6월항쟁 등 민주화 투쟁의 주요무대서
월드컵 이후 휴식과 화합의 역할 더해

외국인 관광객 등 광화문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팔짝 뛰어오르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광장은 이처럼 한 도시의 '마당'이며 '얼굴'이다.

외국인 관광객 등 광화문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팔짝 뛰어오르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광장은 이처럼 한 도시의 '마당'이며 '얼굴'이다.


지난 24일 오후 찾은 서울광장은 간만에 비가 그친 덕에 찾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단체로 나들이를 나온 학생들,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은 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한가롭게 광장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이곳에서 5분 거리의 광화문광장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족단위로 한국을 방문해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기 바쁜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광장은 이렇게 도시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곳이며 도시를 대표하는 하나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는 늘 광장이 있어 왔다. 이는 유럽 도시들의 오래된 광장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넋이 나간 듯 구경했던 곳이 '스페인 광장'이었듯이 도시의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고 섞이는 곳이고, 그 도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모든 길이 광장으로 통했으며, 광장에서 시민들은 휴식을 취하고 함께 축제를 벌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민회와 재판이 광장에서 열렸듯 광장은 또한 민주주의의 마당이었다.

서울에서도 1960년대 이후 급성장하면서 광장들이 속속 생겨났다. 서울의 광장의 상징은 오랫동안 여의도광장이었다. 비행장으로 쓰이면서 김포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서울의 관문 역할을 했던 여의도가 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것에 맞춰 박정희 정부는 옛 활주로 자리를 광장으로 만들었다. 1971년 조성된 '5·16광장'이었다. 이름이 '5·16'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5·16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고 박정희 정권의 정통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컸던 이 광장은 11만4000여평에 이르는 광대한 규모였다. 이 드넓은 광장에서는 국군의 날 행사를 비롯해 대규모 행사가 많이 열렸다. 그러나 그건 시민들의 광장이라기보다는 정권의 광장이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광장이 아니라 '동원되는' 광장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5.16이라는 이름을 없애고 대신 '여의도광장'이라고 명칭을 바꿨지만 그 용도는 별 차이가 없었다.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 반쪽 광장은 결국 문민정부를 내세우며 등장한 김영삼 정권의 군사정권의 잔재 청산 의도에 의해 없어졌다. 그 자리에는 대신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이 들어섰다.
서울의 새로운 광장, 진정한 광장의 역사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 의해 열렸다. 2002년 월드컵의 응원 열기가 시청 앞에 진정한 시민들의 광장을 만들었다. 그것은 시청 앞이 다시 본래의 자기 역할을 찾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즉 구한말인 1897년 고종이 아관파천 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덕수궁 대한문 앞에 광장을 조성한 이후 3.1운동, 4.19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민의를 표현하는 주요 무대가 돼 왔던 기억과 역사를 다시 찾은 것이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

시청 앞 서울광장.


서울에는 이제 서울광장, 광화문광장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광장들이 생겨나 있다. 시청광장에서 광화문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 조성된 청계광장도 그 중 하나다. 광장 옆에는 인공 폭포가 조성되어 있는데 밤이면 불빛과 물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만들어낸다. 4월부터 11월까지 이곳에선 주말마다 '청계천 문화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처럼 서울에 광장은 분명 많아졌다. 그러나 광장다운 광장은 아직 미흡해 보인다. 그 같은 아쉬움은 서울의 중심가인 광화문 앞 정중앙, 세종문화회관 맞은편에 2009년 조성이 완료된 광화문광장에서 특히 많이 제기된다. 이곳이 진정한 '시민을 위한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이 광장의 중심에는 창의와 실용의 정신으로 문화강국을 이루자는 뜻으로 4.2m 기단 위에 무게 20톤 규모의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이순신 장군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편안하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광장'보다는 두 거대한 동상이 빚어내는 위압감으로 인해 '시민 위에 군림하며 권위적이고 약간은 위협적인 느낌마저' 갖게 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광장 양 옆에 위치한 5차선 도로 때문에 광장이 붕 떠 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중앙에 일직선으로 위치한 두 동상 때문에 친근하다기보다는 무언가 딱딱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 동상.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이순신 장군 동상.


청계광장에 우뚝 솟은 기념물인 '스프링'은 광화문광장과는 다른 측면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해 2006년 세워진 이 기념물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클라에스 올덴버그의 작품으로, 34억원이나 들였지만 과연 서울의 문화를 잘 표현하며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들이 많다.
청계광장에 위치한 '스프링'.

청계광장에 위치한 '스프링'.


결국 광장은 일단 공간이지만 공간 이상의 것이다. 여의도광장의 변천에서 보듯,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광장을 진정한 광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넓은 공간도, 기발한 구조물도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준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마당이 될 때 진짜 광장이 된다는 것을 얘기해 준다.


김지은 기자 muse86i@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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