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 방크, 라오스 고무농장 수탈기업에 '뒷돈'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천혜의 자연환경에 풍부한 천연자원까지 갖춘 라오스가 무자비한 외국 자본의 침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라오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베트남 '고무왕'을 지원하고 있다고 최근 폭로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베트남 기업들은 이웃 라오스에서 대규모 고무농장으로 짭짤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베트남의 '고무왕'으로 불리는 둑두안 응우웬이 이끄는 '황안지아라이(HAGL)'는 라오스에서 고무농장으로 돈을 쓸어 담다시피 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베트남 산악지대에서 목재를 다듬던 응우웬은 2000년대 부동산 사업으로 벼락부자가 됐다. 그는 베트남에서 사상 처음 자가용 비행기를 사고 축구팀을 인수하는 등 베트남 최대 부자로 성장했다. 이후 천연자원으로 눈 돌린 그는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서 고무농장을 확장했다.
라오스 정부가 임대한 토지는 110만헥타르(헥타르=1만㎡)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고무 재배에 이용된다. 그러나 토지를 할당 받은 기업은 드물다. HAGL만 8만헥타르 이상의 토지를 임차해 라오스 고무산업에서 두드러진 존재가 되고 있다.
HAGL의 라오스 토지 공략은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다. 라오스는 2009년 동남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절실했다. 이에 HAGL은 라오스 정부에 1900만달러(약 212억원)를 빌려줬다. 대신 임차한 것이 1만헥타르의 토지다. 이후 HAGL은 불도저로 밀어버린 숲에 고무나무를 심었다.
HAGL은 현지 토지 보상에 인색했다. 3헥타르당 150만킵(약 21만원)이라는 헐값으로 토지를 넘겨받은 것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주택 보상비로 한 채당 겨우 1만6000킵만 건네졌다.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인은 고무농장에서 일하거나 쫓겨나고 말았다.
반발하는 주민에게는 폭력이 가해지기도 했다. HAGL이 투자라는 이름 아래 라오스의 자원을 수탈하고 주변국을 식민지화한다는 비난까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기업당 임대 토지를 1만헥타르로 제한했다. 이에 HAGL은 다른 사람 명의로 고무농장을 확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제는 HAGL의 성장 뒤에 도이체방크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는 HAGL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자회사 DWS가 HAGL에 자금을 지원 중이다. 게다가 도이체방크는 HAGL의 영국 런던 주식시장 상장도 도왔다.
도이체방크만이 아니다. 세계은행도 HAGL과 연관된 사모펀드에 국제금융공사(IFC)의 보조금을 쏟아 붓고 있다. 빈곤국에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유엔은 보고서에서 외국 자본에 대한 토지 양도로 현지인들에게 과연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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