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시행 일주일 앞두고 대부분 시스템 구축 손놔
"채산성 안맞다" "차라리 과태료 내겠다" 불만 고조
금융당국 강제 이행 권한 없어..제도적 보완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장애인 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개정안 시행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장애인 편의 도모를 위한 트레이딩시스템 구축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당국도 강제 이행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를 상대로 차별 행위에 대한 장애인들의 민형사상 소송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에 공문을 보내 장애인 대응시스템 구축 상황을 오는 15일까지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11일 장차법 개정안 시행으로 장애인 웹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어야 함에도 금융투자회사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차법 시행령 개정안 제14조 2항은 누구든지 신체적ㆍ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명시해놓고 있다. 장차법 미준수로 장애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 법무부 시정조치를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장애인 입장에서 차별 행위에 악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웹 접근성 보장' 범위에는 증권사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이 포함된다. 여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법적 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몇 대형증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가 WTS 등 장애인이 불편없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정안 시행 이후 민형사상 소송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적지 않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WTS, HTS, MTS 등 웹 기반 주식거래 플랫폼에 음성지원시스템 등 장애인 편의장치를 보완한 곳은 삼성증권, 대우증권, 대신증권, 한화증권, HMC투자증권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 2010년 4월부터 장애인 고객에게 거래 관련 수수료를 우대해줬고, HTS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체결통보와 뉴스 등을 음성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투자회사들은 장애인 고객비중이 낮아 홈페이지에 대한 접근성 향상방안 정도만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오는 7월말 오픈을 목표로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시간 변화가 불가피한 주식거래 시스템의 경우 장애인을 충족시키려면 수십억원에 육박하는 구축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소형증권사나 투자자문사의 경우에는 "가뜩이나 업황도 어려운데 과태료를 지불하고 말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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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법적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 장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별도 시스템 구축 등 제도적 보완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주식거래를 하는 장애인이 1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돼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몰려있다"며 "그렇다고 장차법 기준을 준수하자니 시스템 속도 저하 등 자본시장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별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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