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옵션' 바람, 기업투자가 진화한다
불확실성의 경제, 경영권확보대신 지분참여 전략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황준호 기자]국내 기업의 국내외 투자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올해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전략이 리얼옵션(Real option)으로 선회하고 있다.
종전 지분 '51%' 또는 '50%+1주' 형식의 경영권 확보에서 일부 지분참여로 진화하고 있는 것.
리얼옵션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안에 나눠 투자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경제 침체기에는 제휴나 협력을 통해 외부의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분 참여 통해 '적과의 동침' = 삼성전자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샤프의 지분 3%를 인수키로 한 것은 소규모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투자원칙에 충실한 경우다.
삼성전자는 100억엔(한화 1167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샤프로부터 액정 패널을 신규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과거처럼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경우 투자규모가 큰 데다 상대방과의 조건때문에 성사되기가 쉽지 않은데 비해 이번 소규모 투자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체코정부의 체코항공에 지분을 투자했다. 대한항공은 체코항공 지분 44%를 취득하기 위해 264만유로(38억원)를 투자했다. 대한항공이 동유럽의 작은 국적항공사인 체코항공 지분을 인수하려 하는 배경은 유럽 하늘길을 더욱 넓히기 위해서다. 체코항공은 유럽에만 52개 노선에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지분 취득으로 대한항공은 유럽에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된다.
◇지분 참여는 글로벌 동반성장 및 기술 습득 전략 =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에 지분참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코스닥기업인 유비벨록스의 지분 5% 가량을 취득했다. 유비벨록스가 보유한 스마트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지분참여다. 현대차는 자사 블루링크에 유비벨록스가 보유한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술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성진지오텍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성진지오텍은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의 핵심인 모듈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양플랜트 사업확대를 위해 성진지오텍과 손을 잡았다.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현지업체와 손을 잡는 기업도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51%(또는 50%+1주) 취득을 금하고 있어 중국 지분 투자는 통상 50대50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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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종합화학은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함께 추진해 온 충칭(重慶) 부탄디올(BDO) 합작 공장을 설립했다. SK종합화학은 부탄디올(BDO) 합작 공장을 통해 중국 부탄디올 시장의 15% 이상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박사)는 "경기가 좋을 때 성장전략의 방법으로 M&A 등이 활용됐지만 저성장기에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커 쉽게 M&A에 나서지 못한다"며 "최근 기업의 다양한 지분참여는 일종의 '리얼옵션'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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