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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노을길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 12km, 장엄한 낙조품고 걷는 명품 바닷길

태안 노을길 중 방포해변의 명물인 나무의자...잠시 다리 쉼을 하며 바다내음에 푹 빠져볼만 하다.

태안 노을길 중 방포해변의 명물인 나무의자...잠시 다리 쉼을 하며 바다내음에 푹 빠져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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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한 해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참 많은 길을 걸었습니다. 70년대 석탄근로자의 애환이 서린 정선 운탄고도를 비롯해 남해 바래길, 선유도 구불길, 문경 운필암 가는길 등 셀수 없을 만큼 걷고 또 걸었습니다. 길들은 제주 올레길처럼 유명세를 치르는 곳도 아니고 지리산 둘레길처럼 긴것도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걷는 내내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그런 길들이였습니다.
지난 주말 지는 해를 보며 올 해 마지막 길을 걷기위해 서해로 향했습니다. 밀가루보다 고운 백사장은 여인의 속살처럼 부드럽고, 노을에 젖은 바다는 여인의 입술보다 붉은 그런곳입니다. 바로 태안 노을길입니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걷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길입니다.

지아비와 지어미의 천년 사랑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태안 노을길은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꽃지해변까지 12㎞를 잇는 바닷길이다.
백사장항의 경매모습

백사장항의 경매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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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조성한 노을길은 태안반도 최북단의 학암포에서 최남단의 영목항까지 이어지는 120㎞ 길이의 태안해변길 중 제5구간이다. 각 지역 특징에 따라서 바라길과 유람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바람길 등으로 구분된다.

몽산포를 지나 안면대교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백사장항이 노을길의 시작이다. 안면도는 본래 육지였으나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사이의 곶을 절단해 섬이 됐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면의 드르니항과 마주한 백사장항은 작지만 정겨운 포구다. 백사장항해산물센터에서 마을 골목길을 길을 걷다 길목식당(중화요리집)길로 들면 넓은 솔밭길이 시작된다. 안면도해양유스호스텔앞의 드넓은 솔밭과 해변은 청소년 수련장으로 사철 함성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노을길은 항상 오른편에 바다와 해를 두고 간다. 오후에 길을 걷는다면 어느 해변, 어느 항구에서 장엄한 낙조와 마주한다. 하지만 노을길은 평탄한 길만은 아니다. 솔잎이 수북한 푹신한 흙길도 있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과 비탈진 산길도 있다. 그러니 걷다가 힘들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봐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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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해변이 끝나자 바닷가 야산인 삼봉이 나타났다. 정상에 설치된 삼봉전망대는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리아스식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다. 바다의 들고 남에 따라 갯벌의 크고 작음이 펼쳐지는 풍경도 장관이다.

수평선에는 거아도, 울미도, 삼섬, 지치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정담을 나누고, 파도소리와 솔바람소리는 심신을 청량하게 한다.
삼봉을 하산한 노을길은 이내 '사색의 길'로 명명된 600m 길이의 곰솔 숲길에 든다. 이른 아침 옅은 안개가 커튼처럼 드리운 풍경도 아름답지만 노을에 붉은색으로 물드는 곰솔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30m 높이의 곰솔 수천 그루가 터널을 이루는 장관에 취해 방심하다가 눈앞에 펼쳐진 바다에 깜짝놀란다. 기지포해변이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안쪽 길은 푹신푹신한 모래숲길이고, 기지포해변을 벗한 바깥 길은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나무데크로 조성된 1004m 길이의 '천사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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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형태가 베틀을 닮아 '베틀 기(機)' '연못 지(池)' '포구 포(浦)'를 써서 기지포로 명명된 기지포해변은 신두리처럼 본래 모래언덕으로 형성된 해안사구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사구가 사라졌다. 보다 못한 태안해안국립공원이 2002년 대나무를 지그재그로 엮어 만든 모래포집기를 설치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다시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더니 2009년부터는 사구가 원래 모습대로 복원되고 사라졌던 사구식물들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풍천을 가로지르는 창정교를 건넌 노을길은 두여해변을 만난다. 백사장항에서 6km를 걸어 딱 중간지점에 이른것이다.

두여해변을 지나 야산을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인 두여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독특한 형태의 해안습곡과 바위들이 줄지어 눈에 들어온다. 달랑게를 비롯해 온갖 어패류가 서식하는 밧개해변의 주인은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를 배경으로 날개를 접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갈매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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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개해변에서 다시 작은 야산을 넘은 노을길은 방포해변을 만난다. 고운 백사장대신 몽돌해변이다. 밀려왔다 나가는 파도에 자그락 자그락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포해변의 명물은 바다로 향해 있는 나무의자다. 배낭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자 따뜻한 겨울햇살에 바다가 반짝 반짝 춤을 추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변을 나와 방포전망대를 거치면 꽃다리가 아름다운 방포항으로 내려선다. 꽃다리는 꽃지해변과 방포를 잇는 아치형다리다. 2002년 안면도국제꽃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꽃다리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얻었다. 꽃지해변의 낙조를 감상하는 포인트로 해질녘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4시간 30분에 걸쳐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넌 노을길은 꽃지해변에서 장엄한 낙조를 맞는다. 서해안 3대 낙조 명소로 손꼽히는 꽃지해변은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많이 피어 '화지(花池)'로 불리던 곳으로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노을길이 가장 노을길다운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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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로 불리는 바위섬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꽃다리에 섰다. 서해바다가 붉은 물결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태양이 할아비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 가지에 걸리자 기다렸다는 듯 갈매기들이 힘찬 날개짓을 한다. 포구로 돌아오던 어선 한 척이 반쯤 가라앉은 해 속에 갇혀 넘실거린다. 실루엣으로 변한 여행객들은 장엄하게 지는 해 속에 빠져들며 노을길의 주인공이 된다.

태안=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산IC를 나와 서산, 태안읍을 지나 안면도 방향 7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간다. 몽산포항을 지나 안면대교를 건너면 백사장항이 나온다. 버스를 이용할시에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태안 남면 몽산포행 버스를 타거나 태안읍에서 안면도행 마을버스를 이용하면된다. 태안해안국립공원(041-672-9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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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잘곳=안면도 노을길 구간에는 아기자기한 펜션들이 곳곳에 있다. 여행목적지를 정하고 그 주변의 펜션을 이용하면 된다. 안면도 황도리 펜션단지에는 한국관광공사 굿스테이 지정 펜션인 씨엔썬(010-7234-8252)이 있다. 서해안일출을 볼수 명소로 깨끗하고 주인장이 친철하다.

△해변길=태안 해변길은 노을길 외에도 큰 모래언덕을 볼 수 있는 바라길 1구간(학암포~신두리, 14km)과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수목원이 있는 바라길 2구간(신두리~만리포, 14km), 뱃길로 이동하는 유람길(만리포~몽산포, 38km),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솔모랫길(몽산포~드르니항, 13km)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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