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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가 더 오래산다? '흡연의 역설' 국내서도 입증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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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후 사망률, 흡연자가 오히려 48% 낮아
퇴원 후 금연 때문인 듯.. 한국 연구선 첫 입증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심근경색을 겪은 사람 중에선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더 오래 산다는 '흡연자의 역설(smoker's paradox)'이 국내 연구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인 착시현상일 수 있다며 "흡연이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연구자들이 강조했다.
정명호 전남대병원 교수 등이 한국인 급성심근경색 현황에 대한 등록연구(KAMIR, KorMI)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심근경색을 겪은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1년 사망위험이 4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5∼2010년 사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전국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2만 9199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 중 42.3%는 입원 당시 흡연자였고, 57.7%는 비흡연자(과거 흡연자 포함)였다.

이들을 퇴원 후 1년간 추적 관찰해보니, 흡연자 중 5.4%가 사망했고 비흡연자는 9.9%였다. 흡연자의 사망위험이 48% 낮은 것이다. 정 교수는 "흡연자 그룹의 나이가 어리고, 합병증이 적기 때문에 사망률이 그만큼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적 기법으로 두 그룹의 나이, 성별, 합병증 유무 등을 동일하게 '보정'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변수 보정은 흡연의 이익을 약화시키긴 했으나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사망률 감소효과가 유지됐다.

정 교수는 "과학적으로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통계적으로 흡연자의 사망위험이 낮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연구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심근경색을 겪은 후엔 담배를 피우는 게 낫다'고 해석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는 이후 '클로피도그렐'이라는 항혈전제를 복용하는데, 앞선 연구들에서 흡연으로 인한 효소 작용이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는 결과를 감안해, 이것이 사망감소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금연효과'를 꼽았다. 심근경색을 겪게 되면 흡연자들은 상당수가 금연을 결심하게 되므로 건강상 이익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입원 시점에서의 흡연 여부를 고려했을 뿐, 퇴원 후 금연 여부는 통계에 넣지 않았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심근경색 후에도 계속 흡연한 사람이 원래부터 비흡연자였던 사람들보다 예후가 좋을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다"고 했다.

'흡연자의 역설'은 약 25년 전 처음 보고된 후 여러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흡연자가 통상 더 젊고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포함해 몇몇 연구에서 환자 구성을 '보정'하고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별다른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정 교수는 "흡연자의 역설이 한국인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대규모 연구로 처음 밝혀낸 의미가 있다"며 "차후 퇴원 후 금연 여부를 포함시킨 연구를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저널 '니코틴과 담배 연구(Nicotine and Tabacco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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