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크로니클⑩] 괴담은 SNS를 타고…
[괴담 크로니클①] 시체 찾으러 명동 뒤진 기자 말하길…
[괴담 크로니클②] '살인마 오원춘' 백년전에도 살았다
[괴담 크로니클③]"아내 애인 되달라"던 남편 결국…
[괴담 크로니클④] 버스안 '개념 남녀' 불편했던 이유는?
[괴담 크로니클⑤] 아이스케키 장수의 역습
[괴담 크로니클⑥] 그렇게 '신세경'은 살인마가 되었다
[괴담 크로니클⑦] 빨간마스크는 전자오락을 좋아해
[괴담 크로니클⑧] 서민 사랑 독차지하던 車, 이런 수모를…
(필자 주 :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들, 문을 걸어잠그면 안에서 무슨일이 생겨도 모르는 이웃집…. 도시는 괴담이 '창궐'하기 딱 좋은 장소다. 아시아경제에서는 여름 납량 특집으로 지난 100년간 도시 곳곳을 떠돌았던 '도시괴담'의 연대기를 돌아보는 '괴담 크로니클' 시리즈를 연재한다.)
괴소문은 진화한다. 이야기의 주인공도, 소문이 전파되는 방식도 점점 빨라지고 세세해진다. 과학문명은 괴담의 정체성마저 바뀌게 하는 위력이 있다.
낡은 브라운관 TV에서 기어나오던 귀신 '사다코'(영화 '링'(1998))는 14년 후에는 50인치 LED TV와 노트북 모니터로 출몰한다.(영화 '사다코 3D'(2012)) 사람들 사이에 귀엣말로 전파되던 괴소문은 트위터를 통해, 그리고 광케이블을 통해 수십만배 빠르게 전파된다.
최근 서울 여의도, 수원, 의정부 등 수도권에서만 3건의 묻지마 상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런 흉흉한 시기일 수록 괴담은 전파의 힘을 빌어 더욱 몸집을 불려간다.
지난 달 올레길 여행객 살인사건으로 인해 발생했던 괴소문이 대표적인 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조선족 2명이 여자 2명을 납치하고 그중 1명을 죽였으며 아직도 체포되지 않고 인근 지역을 배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소문의 진원지가 13세 여중생이었음을 확인하기까지 2주일동안 이같은 내용의 괴담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급속히 전파됐다.
괴소문을 최초로 퍼뜨린 여중생 A양은 "친구인 B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후 모포털 게시판에 해당내용을 게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글이 관심을 끌기 시작하며 A양은 점점 소문의 강도를 세게 했다.
처음에는 "지금 서귀포 동문로터리에 납치범들 돌아다님. 문단속 철저히 하고 어디 돌아다니지 마요"라고 게재했다가 3시간 후에는 "살인범들이 지금 여자 1명 납치하고 동문로터리에서 일호광장 쪽으로 올라옴. 일호광장에 경찰 쫙깔려 어떻해"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이틀 뒤에는 "서귀포 동문로터리 게임장 쪽에서 남자가 그만 욱해서 여자를 칼로 찔러 50대 여자 사망"이라며 아예 사람까지 죽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 납치범 괴소문은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전파되며 점차 살을 붙여갔다. 소문 안에서 납치범은 조선족으로, 납치된 여자는 1명에서 2명으로 변했다. 납치범들 역시 나중에는 9명의 전문적인 조선족 인신매매범으로 탈바꿈했다. 소문의 전파범위도포털 게시판에서 트위터, 카카오톡으로 넓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중생은 서귀포시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인신매매 납치사건으로 오해해 글을 올렸고, 비슷한 시기에 올레길 여성 탐방객 살인사건과 맞물려 급속도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소문을 퍼뜨린 여중생을 미성년자임을 참작해 단순 훈방조치했다.
올레길 여행객 살인사건 피의자 강모(46)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연쇄살인 의혹' 제기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괴담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은 괴담 의혹을 밝혀내기보다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한몫을 담당했다. 여러 온라인 매체를 통해 강씨 루머가 기사화됐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며 정정 기사를 내기 바빴다.
과거에 유명했던 괴담이 '리바이벌'되기도 한다. '마른 해산물 괴담'은 90년대 유행했던 '클로로포름 미역' 괴담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접근해 마른 해산물을 추천한다. 해산물 속에는 마취약이 포함돼 있어 냄새를 맡거나 하면 바로 기절하게 되며 장기적출용으로 납치당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족으로 '중국에서 넘어온 신종범죄'라는 내용도 곁들여진다. 과거 괴담과 비교해 '클로로포름'은 '에틸에테르'로 변했고 인신매매범들도 한국인에서 중국인(혹은 조선족)으로 변한게 특징이다.
범죄 등 사회문제와 맞먹는 트위터 괴담 소재는 바로 환경·건강 관련 이슈들이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2호기 폭발 사건 때는 "일본 원전 폭발에 따라 방사능 물질이 오고 있으니 창문을 닫고 24시간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비가 오면 절대 맞아선 안된다"는 괴담이 전파됐다. 하지만 기상청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단언했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09년에는 "(신종플루 치료제) 임상시험을 하려고 체력이 약한 노인 대신 학생들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괴담이 퍼졌다. 이 괴담은 또래의 학생들에게 퍼지며 점점 사실성이 더해졌다. "부모 동의서를 받는 것은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 백신 접종을 권하는 학교통지문이 오면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는 등의 살이 붙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등교거부 소동까지 빚었던 이 괴담은 경찰 조사 결과 17세의 남자 고등학생이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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