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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247km 한 바퀴를 돌다

최종수정 2012.08.22 11:00 기사입력 2012.08.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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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스쿠터투어-'슬로슬로 퀵퀵' 자연 힐링···구석구석 숨은 은밀한 매력까지 만끽

두 바퀴로 247km 한 바퀴를 돌다
[아시아경제 조용준]액셀러레이터를 당긴다. 부릉~엔진음이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굽어진 해안로를 따라 풍경이 휙 휙 스쳐 지나간다. 한결 상쾌해진 바람이 온 몸을 감싸며 저만치 뒤로 멀어진다. 바짝 긴장한 오른손의 힘을 뺀다. 느릿 느릿 바퀴가 돈다. 그제서야 주변 풍광이 내품으로 하나둘 다가와 안긴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춤을 추는 절경이 눈에 찍힌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거칠면서도 황홀함을 선사한다.

제주도는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바다는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매력이 넘친다. 제주민의 삶이 오롯이 살아있는 오름도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이가. 걷기 열풍을 일으킨 올레길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제주를 즐기는 색다른 여행이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늑하게, 때로는 거칠게 만나는 해안도로 일주(247km)투어다. 자동차로 가는 드라이브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낭만과 추억이 가득한 스쿠터 투어가 그 주인공이다.
두 바퀴로 247km 한 바퀴를 돌다

스쿠터 여행은 최근 제주 여행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신무기다. 차는 기동력이 우수하지만 도로 이외의 지역을 달리기 곤란한 데다 연료비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스쿠터를 빌려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제주도를 아무리 많이 다녀본 사람도 스쿠터를 타고 해안길을 달려보고 나면 제주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질게 뻔하다.

지난 주말, 2박3일 제주 스쿠터 투어에 나섰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 잔뜩 찌푸렸지만 귓볼을 스치는 바람은 가을내음이 잔뜩 묻어 있다.

스쿠터 대여점들은 제주공항 인근에 모여 있다. 택시로 5분 정도 달려 용두암 부근 스쿠터업체를 찾았다.
사전 예약한 스쿠터에 배낭을 싣고 간단한 여행정보와 운행요령을 익히면 바로 출발이다.
두 바퀴로 247km 한 바퀴를 돌다

헬멧을 써고 액셀러레이터를 잡은 손목에 힘을 주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엔진음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실 스쿠터는 생기다만 오토바이 같이 촌스럽지만 이거 장난 아니다. 액셀러레이터만 슬쩍 당겨줘도 바로 달릴 수 있다. 50㏄,100cc 소형 엔진이라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스쿠터의 매력은 타 본 사람만 안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 체감 속도는 대략 2배 정도. 60㎞라면 100㎞ 이상 질주로 느껴진다.

스쿠터의 강점은 '슬로ㆍ스피드 두 가지 맛'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느릴 땐 걷는 속도만큼 느릿 느릿 굼뜨고, 빠를 땐 차를 뺨친다. 자전거가 한 시간에 10㎞를 간다면 스쿠터는 단 20분 만에 이 거리를 주파한다.

해안도로 일주는 제주시 용두암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그렇게 해야 오른쪽으로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다. 특히 이 해안도로는 올레길과 접해 있어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두 바퀴로 247km 한 바퀴를 돌다
용두암을 출발해 용담 해안도로로 향했다. 가장 먼저 이호테우해변의 말 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말 등대는 이색적이면서도 제주의 바다와 잘 어울린다.

용담 해안도로는 제주도 일주도로인 1132번 도로와 만난다. 1132번 도로에는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있어 스쿠터로 다음 해안도로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하귀리~애월리 도로에 들었다. 작은 언덕을 굽이치는 길은 정감이 넘친다. 귀덕리~월령삼거리 구간에서는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난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협재 해수욕장과 금릉해수욕장의 물빛은 한 번 보는 순간 무조건 뛰어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바다 저편에 홀로 떨어진 비양도 역시 멋진 그림을 그려 준다.

고산리~일과리(차귀도부근) 구간을 지날 때는 여유가 된다면 수월봉 전망대에 올라 보자. 한경면의 드넓은 들판은 육지의 어느 평야 같고, 수월봉 근처의 완경사 들판은 그림 속 풍경 같다.

스쿠터 여행의 백미코스는 산방산 아래 사계리해안도로다. 사계리 해안가에서 송악산 입구까지 4㎞ 구간이다. 코스는 묘하게 굴곡진 송악산 일대 초원 언덕이 한없이 매혹적이다.

특히 송악산에서 북향하면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한라산 모습은 제주도 최고의 풍경 중 하나다. 이국적이면서도 토속적이고 웅장하면서도 소박하다.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도 빼놓을 수 없다.

투어중 만난 강진수(서울ㆍ31)씨는 "쪽빛바다를 품은 해안도로를 느릿 느릿 달리는 기분은 스쿠터를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바다, 산, 오름, 제주의 검은 바위까지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사계리해안도로가 최고의 코스"라며 즐거워했다.

작은 포구들과 파도가 밀려드는 도로변의 바다, 옥빛 신양해수욕장, 구릉지대 초원이 이국적인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의 기경, 우도가 보이는 한적한 바닷길 등이 이어지는 신산리~세화해수욕장 구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길이다.

그래서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제주의 풍광은 모두 은밀하다. 곳곳에 숨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순발력 있는 스쿠터가 있기에 그 매력들을 모두 담을 수 있다. 차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가다가 절경이 눈에 박힐 때 살짝 브레이크만 잡아주면 된다.

구좌읍 한동리~김녕리 도로로 들어서자 제주의 바람을 이용하기 위한 행원풍력발전단지가 눈을 들어온다. 해변에는 용암이 바다에 흘러들어 급격하게 식어간 흔적들로 장관이다.

제주 시내를 지척에 두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해안도로는 조천읍 함덕리~조천리길이다. 함덕해수욕장을 지나면 해변 곳곳에 자리한 리조트와 펜션들이 우아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해안도로가 끝나자 귓전을 때리던 바도소리가 자취를 감춘다.

제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2박3일 스쿠터투어 일정
1일코스--제주시 출발→ 용담 해안도로 → 하귀 해안도로 → 애월 → 곽지 해수욕장 → 협재(금릉) → 신창 해안도로 →고산 해안도로(자구내 포구, 차귀도, 수월봉)→ 대정(모슬포) → 사계리(용머리 해안) → 산방산→ 중문단지ㆍ숙박(75km~)

2일코스--중문 출발 →외돌개→서귀포시 → 천지연(정방) 폭포 → 남원리(큰엉 및 신영영화 박물관) → 표선리 제주민속 박물관→한화아쿠아플라넷-섭지코지(올인 하우스) → 성산포 숙박(88km~)

3일코스--성산 일출봉 출발 →종달리→ 하도 철새 도래지→ 행원리 풍력 발전소 → 김녕 미로공원, 만장굴 → 동복 체험어장 → 함덕 해수욕장 → 조천 만세동산 → 제주시 탑동공원 → 용두암 →제주시(84km~)

문의=제주스쿠터투어(064-743-3331)나 한라하이킹(064-712-2678~9)제주 바이커스(064-711-4979) 등이 잘 알려져있다.
두 바퀴로 247km 한 바퀴를 돌다

▲스쿠터 여행 주의사항
#가장 중요한것은 안전이다. 헬멧 착용은 필수. 통상 대여소들은 공짜 헬멧과 함께 유료 헬멧을 보유하고 있다.

#도난에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스쿠터들은 의자 아래쪽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뒀지만 보안에는 취약하다. 헬멧 관리에도 주의. 잠깐 한눈 팔면 누가 가져간다.

#관광지를 다닐 때 에티켓은 기본. 굉음을 '욍욍' 울리며 질주하는 건 꼴불견이다.

#운전중 휴대폰 사용 금지. 자동차 보다 4배 이상 위험하다. 음주 운전도 절대 금물이다.

#눈에 잘 띄는 복장을 착용하고 햇살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긴팔옷을 꼭 챙겨 입는게 좋다. 운행은 40분 주행에 10분 휴식이 알맞다.

#스쿠터 조작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오른쪽 손잡이의 액셀러레이터를 당기면 속도가 빨라진다. 시동을 걸때는 키박스에 키를 넣고 돌린다. 이때 왼쪽 손잡이의 브레이크를 당겨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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