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은 ECB의 부양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의 깜짝 부양은 그만큼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폭은 딱 시장관계자들이 예상했던 만큼 이뤄졌다. 일부 시장관계자는 0.5%포인트 인하를 기대했다. 또 세번째 3년 만기 장기 유동성(LTRO) 공급 시행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LTOR 같은 예외적인 조치에 대해 일시적인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ECB는 이미 역할을 다 했으며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LTRO로 시장에 1조유로(약 1419조원) 이상 유동성을 풀었으니 아직은 그 효과를 지켜봐야 할 때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오히려 ECB는 전날 유럽 정부가 지급 보증한 은행 보유 채권을 더 이상 담보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가 은행 지원에 더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투자은행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는 “ECB가 담보 규정을 바꾼 것은 유럽 국가가 자국 은행을 지원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도 담보 규정 변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37%포인트 급등한 6.78%에 거래를 마쳤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도 5.98%를 기록해 0.21%포인트 올랐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10년물 국채 입찰도 실시했는데 낙찰 금리가 6.43%를 기록해 지난달 7일 입찰 당시에 비해 0.39%포인트 급등했다.
◆中 2분기 GDP 불안감 가중=인민은행도 이날 기준 금리 인하를 추가 단행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홈페이지에서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0.31%포인트 인하해 6%로,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로 낮춘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또 은행들이 재량으로 적용할 수 있는 대출 금리 하단 기준을 기존의 기준 금리 80%에서 70%로 낮춘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7일 약 3년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추가 기준금리 인하까지는 채 1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당초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주말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 금리 인하는 시장관계자들의 예상보다 좀 빠르고 공격적인 조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각함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다.
파생거래 중개업체 GFT 글로벌의 데이비드 모리슨 투자전략가는 “중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는 사실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것보다 더 큰 부양 조치”라면서도 “그러나 다음주 대규모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요 경제지표들이 기대한만큼 좋지 않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오는 13일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중요 경제지표를 대거 발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7.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0.5%포인트씩 세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이로 인해 1조2000억위안의 시중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美·日의 선택은?=중국과 유럽, 영국에 이어 일본과 미국도 추가 부양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본은행(BOJ)은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는 지난달 14일 공격적인 부양 조치를 계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하반기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지난달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연장을 결정한만큼 추가 부양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최근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와 관련한 힌트는 오는 17일~18일 이틀간 열릴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의회 증언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 의장은 오는 17일 상원은행 위원회에서, 18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반기 통화정책 및 경기전망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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