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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싸인>이 유령처럼 되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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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3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유령’이라는 모티브를 활용하는 이 드라마의 재기는 정말 날렵하다.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극의 핵심 플롯인 신효정 살인 사건의 배후자 팬텀을 지칭하면서, 익명성과 편재성을 중심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 자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극이 전개될수록 이 모티브는 더 다양하게 변주된다. 가령 기영(소지섭)은 이미 하데스 시절에서부터 유령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고 이러한 성격은 우현의 신분을 빌리면서 더욱 강화된다. 이처럼 핵심 갈등의 두 주역 팬텀과 기영 모두 다중의 정체성을 덧입으면서 <유령>의 긴장감은 팽팽하게 날이 선다. ‘유령’의 모티브 활용은 3회에서 더 나아간다. 신효정의 죽음 1년 뒤 벌어지는 악플러 연쇄 살인사건은 ‘신효정 유령의 복수’로 명명되며 <링>이나 <폰>처럼 매체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호러영화의 모티브까지 변주한다.

하지만 <유령>이 이를 통해 결국 말하고자 하는 진짜 공포는 사이버 상의 폭력이 그대로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 시대에 대한 진단이다. 연쇄 살인의 피해자들은 ‘타진요’를 연상케 하는 신효정 안티 카페 회원이며 그들의 악플은 사건 현장에 고스란히 신효정의 저주처럼 되돌아온다. ‘악플은 곧 살인’이라는 말을 직접적인 살인 사건으로 재현하며 사이버 상의 윤리와 현실의 윤리를 동급에 놓는 <유령>의 문제 제기는 단순 과격하나 분명 환기할만한 가치가 있다. 신효정의 죽음이 ‘신효정 놀이’로 대량 소비되는 <유령> 속 현실과 애도 불능 시대를 살아가던 <싸인>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유령>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해가는 이 시대에 경종을 울렸던 <싸인>이 유령처럼 되돌아온 작품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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