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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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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골프입문 1년이 채 안된 중고자동차 딜러 김문형 씨(41). 김 씨는 요즘 골프에 푹 빠져 있다. 특히 푸른 잔디를 밟으며 고객들과 즐기는 라운딩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하지만 김 씨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클럽하우스와 그늘집의 비싼 요금이다. 김 씨는 라운딩을 하면서 그늘집과 클럽하우스에서 주로 식사를 한다. 식사비용만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선물이라도 할라치면 매번 예산초과다. 김 씨가 골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항상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2 A대기업 김 모 상무(50). 김 상무는 매주 수도권 골프장을 찾는다. 접대성 골프도 있지만 친구들과 교제를 위한 골프 모임이 많아졌다. 김 상무는 지난달 모두 6차례 골프장에 나갔다. 김 상무는 특히 클럽하우스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의 매력을 잊지 못 한다. 김 상무는 생맥주를 마실 때면 으레 닭날개와 베이컨을 주문한다. 바싹하게 튀긴 닭날개와 베이컨이 생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요즘 원산지를 속이는 닭날개나 베이컨이 클럽하우스에서 판매된다는 소식에 배신감과 함께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 같아 고민이 많다.
#3 강남에서 일식집 운영하는 박 모 대표(49). 그는 2억5000만원 짜리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 당초 골프장에서 약속한 부킹 일수는 주말 2회, 주중 4회 보장이다. 그러나 주말은 거의 치지 못한다. 게다가 모처럼 주말 부킹이 이뤄져도 밀리기 일쑤고, 한 시간 이상 대기하는 일도 많다. 그래서 주말 접대를 할라치면 돈을 주고 별도로 사야되는 형편이다. 비록 일식집이라해도 단골 등과 골프 얘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때론 함께 라운딩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주말마다 골프장 측이 '끼워넣기' 하는 바람에 고액의 회원권이 제 구실을 하지 못 한다.

◇양심불량 '골프장' 부지기수= 도를 넘은 골프장들의 횡포가 여전하다. 심지어는 비싼 음식마저 유통기간을 넘긴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에 '양심불량' 식당 영업을 해 온 경기도내 골프장들이 무더기로 철퇴를 맞았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골프장은 유통기한이 1주일이나 지난 음식을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적발됐다. 또 일부는 원산지 허위표시도 서슴지 않았다. 일반 음식점에 비해 골프장 음식점에 대한 단속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빈틈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내 식당은 일반적으로 시중에 비해 2~3배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식자재도 당연히 시중 음식점보다 좋은 제품을 사용할 것이란 게 아마추어 골퍼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달 22∼24일까지 3일간 도내 골프장 클럽하우스 내 식당 116곳을 대상으로 먹거리 일제 단속을 펼친 결과 12 곳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소는 ▲돼지고기 등 원산지 허위표시 8 곳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행위 2곳 ▲미신고 일반음식점영업행위 1곳 ▲종업원 건강검진 미실시 1 곳 등이다.

◇ 식당 위생 상태 '불량'=경기 여주 A골프장은 라운딩 중간에 들어가는 그늘집에서 유통기한이 1주일 이상 지난 오리바베큐와 도토리 묵을 냉장보관해오다 적발됐다. 용인의 B골프장은 베이컨과 닭날개ㆍ닭다리살 등을 수입해 판매하면서 국내산으로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호주산 목심과 미국산 소 힘줄을 국내산 한우로, 전북산 흑돼지를 제주산 흑돼지 등으로 속여 파는 원산지 위반사례 업소들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또 지역별 위반업소는 이천 4곳, 광주 3곳, 용인 2곳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비위생적인 식자재 못지 않게 '폭리'에 가까운 골프장의 음료와 음식 값도 골퍼들의 불만이다.

주난주 말 경기도 화성 C골프장을 찾은 공무원 차 모씨(54). 차 씨는 모처럼 공직입문 동기들과 라운딩을 한 뒤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켰다. 이 클럽하우스의 김치찌개 4인기준 가격은 5만6000원. 1인당 1만4000원인 셈이다. 시중에서 김치찌개 1인분이 평균 60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2.5배가량 비싸다. 대부분의 음식들도 시중보다 2~3배 높다.

골프장의 턱없이 높은 음료수 가격도 문제다. 더운 여름 골퍼들이 많이 찾는 이온음료의 경우 500~750㎖가 3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시중가 1500원과 비교할 때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요즘 잘나가는 막걸리와 캔맥주 등도 모두 시중보다 2~3배 비싸다. 이유는 없다.

골프인구가 400만명 시대를 맞았다. 10명 중 1명이 골프장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선진국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면 어김없이 골프는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골프 대중화에 들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정작 골프대중화에 앞장서야 할 골프장들이 지금 대중화를 막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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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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