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빚값다 신불자 추락··고금리 '덫'에 걸린 서민들 ‘비명’
서민금융정책 겉으로 ‘지원’ 뒤로는 ‘규제’
연이은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아예 저축은행업계 전체가 쑥대밭이다. 일부에서는 애초의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상호신용금융의 기능만 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법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한다. 뿐만 아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아예 불법 사금용 단속과 함께 서민금융 지원에 앞장 서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들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회사원 김연수(43-가명)씨는 얼마 전 사채이지보다 비싼 이자를 새마을금고에 물었다. 그는 2년여 전 집을 이사하면서 모자라는 전세 값을 아버지의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새마을금고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모자라는 돈을 구하러 다니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아버지가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았던 것.
그동안 김씨는 매달 35만에 가까운 이자를 한 번도 안 밀리고 입금했다. 그러다가 회사 사정으로 급여가 밀리자, 한 달간 이자를 못 내게 됐고, 35만원에서 조금 더 붙은 이자를 내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달에 발생했다. 빠듯한 샐러리맨 월급으로 두 달 치의 이자를 한꺼번에 내지 못하고 한 달 치 밖에 내지 못한 것. 김씨의 계산법으로는 그저 한달치 이자가 밀려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근 70만원에 가까운 과태료를 물으라는 통지였다.
새마을금고 대출 당시 미리 아버지께 설명했다는 말과 함께 돌아온 얘기는 이자 연체가 60일이 넘으면 35만원에 몇 %의 이자가 붙는 게 아니라 원금 5000만원에 대한 할증 이자율에 따라 연체료가 부과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처음 연체된 날부터 계산된다는 것이다. 두 달 치를 한꺼번에 내지 못했기에 한 달이 밀린 게 아니라 연체시점은 두 달이 넘게 계산된다는 얘기였다.
결국 김씨는 두 달의 이자 70만원에 연체이자까지 합친 금액인 130여만원을 주변에서 빌려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 연체 이자가 웬만한 사채이자를 능가하는 경우다.
이런 사례를 문의하자 새마을금고측은 대출약관에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대출 시에 미리 공지한 내용이고, 새마을금고가 서민금융이기 때문에 불량채권에 대한 리스크를 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민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에게는 그렇게 해야 대출금 회수를 할 수 있고, 그 정도 부담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대부업체나 사채에 눈 돌려
연이은 저축은행 사태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은 은행 거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금융권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 업무로 삼으면서 결국 부실덩어리가 되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결국 대형사 6개를 비롯해 20여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결과를 초래했다. 은행을 갈 수도 없는 저신용자들은 이제 그나마도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또 다른 돈줄을 찾아 ‘울며 겨자먹기’로 대부업체나 사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 마저 배짱을 부리는 상황이다. 지난 2월 법정 최고 금리를 초과해 이자를 받아오다 적발된 대부업체 4곳이 영업정지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사금융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돈을 구하러 찾아가는 곳이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연이율 39%의 고금리를 감수하더라도 대부업체에서 돈을 융통하려고 달려간다.
문제는 대부업체마저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대부업체들은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고 가까스로 영업은 하고 있지만 이들과 거래해 온 고객 115만 6000여명에 달하는 저신용자들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8월부터 7등급 이하 신용카드 발급도 제한
정부는 최근 발표를 통해 오는 8월부터 약 400만명에 달하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신용카드 신규 발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이어서 저신용자들은 또 한숨짓고 있다. 그나마 비싼 현금서비스 이자를 감내하면서 근근이 생활비나 가계 운영자금을 돌려막던 사람들에게는 앞이 막막한 소식이다.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한 노점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점상이지만 그래도 모자라는 돈을 융통하는 게 신용카드였는데 그나마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당장 카드결제를 못할 상황”이라고 걱정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대형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퇴출되고 2금융권의 대출심사가 강화돼 면서 서민들은 돈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정부가 불법 사금융이나 고금리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대체할 서민금융지원제도를 하루 빨리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서민들의 고통은 두 배 세배 가중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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