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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돈상자' 수사..정국 뇌관? 검찰發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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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대금을 둘러싼 '13억 돈상자' 의혹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관심이다. 검찰이 이 돈을 둘러싼 정연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들어가면서다.

'박연차 게이트'의 직ㆍ간접 관련 인물이 줄줄이 재등장하는 이번 의혹을 두고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잔여 수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런 관측에 대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얽히고 설킨 의혹의 실타래를 푼다는 명목으로 정연씨를 포함한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노 전 대통령 딸인 정연씨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휘발성이 강하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벌집을 쑤신 듯 요란하다. 백혜련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전 검사)은 2일 "(검찰이)총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이런 수사를 하는 것은 뭔가 기획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백 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의 수사는 과녁 없이 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면서 이렇게 주장하고 "지금 와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노 전 대통령 가족들을 수사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권양숙 여사가 박 전 회장한테서 100만달러(한화 약 13억원)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권양숙 여사도 이를 인정했다.
검찰은 이 돈의 용처가 사건의 핵심 사안 중 하나라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시켰으나 공식적으로 밝혀진 내용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로 출두하면서 취재진으로부터 "100만달러의 용처를 못 밝히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을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100만달러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다.

바로 이 100만달러가 최근 불거진 의혹의 핵심이다. 이번에는 재미교포 경모씨가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변호사인 경씨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아파트를 2007년 정연씨에게 매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2009년 수사 때도 100만달러가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에 쓰였을 것으로 의심한 바 있다. 이 돈이 전체 구입대금 약 240만달러의 잔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엔 정연씨가 100만달러를 또다른 재미교포 이모씨 형제와 외제차 수입상 은모씨를 통해 '환치기'하는 방식으로 경씨에게 보냈다는 의혹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 대목만을 놓고 보면 수사는 일선 지방검찰청 외사부가 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이번에도 대검 중수부가 직접 수사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정연씨의 돈을 경씨에게 건넸다는 국내 전달책 이모씨가 정연씨 측 관계자라는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번 의혹의 최초 폭로자인 폭스우즈 카지노 매니저 이모씨의 동생이다.

당시 거래를 중개했다는 현지 부동산 업자 서모씨는 의혹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미국에 있는 경씨를 불러 조사하려 하고 있지만 경씨는 자진입국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한 최근 박연차 전 회장을 조사했다. 박 전 회장은 돈이 경씨에게 넘어가는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조사에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만달러가 박 전 회장이 건넨 뇌물의 일부인지도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검찰이 돈의 출처를 들여다본다는 점 자체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의혹이 수사의 초점이라는 검찰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재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검찰이 이번 수사를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으로 직접 귀결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검찰은 2009년 수사 때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주변인들에게 건넸다는 돈의 성격을 '궁극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관련 의혹들은 포괄적으로 '공소권 없음'에 해당해 수사가 종결됐었다.

따라서 당시 오고간 돈을 노 전 대통령 가족 중 누군가가 받았거나 사용했더라도 그를 처벌하는 건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 정연씨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야 있겠지만, 문제가 된 돈의 출처와 유입 경로 등을 파고들어 노 전 대통령 측을 다시 건드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사안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 4ㆍ11총선이나 이후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야 모두 노 전 대통령을 고리로 상대방에 대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연씨의 '13억 돈상자' 의혹 프레임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가 관건이다. 민주통합당이 검찰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2009년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경한 변호사가 대검 중수부에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까지 중단토록 한 건 아니었다"는 해명을 한 것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듣기에 따라선 "정연씨 등에 대해 언제든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번 사건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로 규정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향후 총·대선 정국에 영향을 줄 지, 아니면 노 전 대통령 측 인사 등 관계자들을 대거 주·조연으로 끌어들인 '막장 드라마'로 끝날 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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