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세계 최초의 빗물순환도시 '아산'..녹색 실현 '눈앞'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특별기획]①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도시를 꿈꾸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우리는 그동안 개발에 허덕거렸다. 온통 관심이 부동산뿐이었다.당장 집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급급했다. 개발이라는 명분앞에서는 자연도 인간도 도외시됐다. 수많은 숲과 계곡이 사라지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이 말살됐다. 이런 반성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녹색환경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탄소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안을 결정했다. 이에 정부도 국토, 도시, 주거 등에 녹색기술을 적용,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LH의 경우 '녹색성장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 신도시 내 에너지 절감형 녹색시범단지 추진,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친환경주택 건설 등을 추진, 건설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주택에 있어서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녹색에너지를 확대 보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형 도시다. 그중에서도 빗물순환도시는 세계 유례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도시 및 주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본다.

 <목차>
 1, 세계 최초의 빗물순환도시...아산
 2, 장(長)수명과 친환경주택
 3, 녹색도시를 위한 새로운 전략

10여년전, 대한주택공사(현 LH)의 한 말단직원은 보고서 한편을 작성했다. 그는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후 주공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된 대리급 직원였다. 그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앞서 독일의 '엑스포 20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하노버 크론스 베르크의 주거단지(45만평) 내 빗물관리 시스템에 관한 자료를 접하고 큰 감명을 받은 터였다.

"도심 한 복판으로 작은 실개천이 흐르고, 개천의 돌틈 사이에 가재와 물고기들이, 다채로운 수생식물들이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라니 !...'"
그 자료는 빗물을 자원으로 활용할 경우 도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빗물이 미래도시의 생태 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제시하고 있었다. 마침 주공은 군포 산본을 비롯해 신도시 건설을 진행, 완료한 상태였고 추가신도시 건설에도 나서야할 상황였다.

그는 빗물 이용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공부하는 한편 관련 학자들을 만나 연구에 들어갔다. 그는 연구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했다. 그 보고서가 바로 '분산ㆍ순환형 빗물관리 시스템'이다. 해당 부서도 새 보고서에 즉각 호응했다. 해당부서는 주요 실천과제로 채택해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갔다. 당시 주공은 제 1기 신도시 건설을 완료하고 모두들 "무언가 부족하다"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사회적으로 신도시 반성론이 펼쳐지면서 개발방식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따라서 생태환경을 중시한 도시 건설에 대한 의욕이 충만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보고서가 나오자 반색한 것은 당연했다.

◇ '빗물을 자원화...생태환경 개선=주공은 신도시 건설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정부부처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이었다. 당장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였다. 이에 주공은 빗물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도시조성비용의 4% 이내에서 가능하다고 정부를 설득했지만 적용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보고서는 당분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8년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적 목표가 제시되고, 2009년 저탄소도시 건설이라는 과제가 주어지면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에 아산신도시에 적용하는 설계기준 및 방안을 마련,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산신도시에서 분산형 빗물조성공사를 착수할 수 있었다. 공사 착수 당시 건설업계 및 관련기관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가, 정책담당자, 관련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공사는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도시 조성이었다. 미국과 독일에서 중소규모 단지 조성에 적용하기는 했지만 대형신도시 전체를 조성하는 최초의 사례로 세계 도시 건설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여는 순간이었다.

이 공사는 오는 2015년 12월 마무리된다. 분산형 빗물관리시스템은 폭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한 종합적 빗물관리방식이다. 가령 분당신도시에서는 빗물을 땅속의 하수관으로 모아 가장 빠르게 탄천과 한강으로 흘러보내는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아산신도시에서는 빗물 일부는 땅을 침투시키고, 또 일부는 연못과 도랑으로 따라 도시 한복판을 순환하게 된다. 즉 분산형 빗물관리 방식은 침투, 저류, 이용을 통해 도시의 자연상태의 물순환체계를 복원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아산신도시에서는 빗물 침투를 유도할 수 있는 침투형 측구, 자연형 침투수로, 빗물저류를 위한 지하저류 탱크, 벨트형 인공 습지, 식생수로, 침투도랑, 빗물통, 옥상녹화, 빗물정원, 투수성 포장 등 다양한 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시설들로 아산신도시에서는 연 평균 강우량 1313㎜의 60%에 해당하는 750㎜의 빗물이 침투ㆍ저장된다. 아산신도시의 녹지율은 29.7%로 판교 37.6%, 광교 41.9%로 제2기 신도시 12곳의 평균치인 31.2%에도 못 미친다. 비교적 적은 녹지공간으로 대부분의 빗물을 도시내에 그대로 저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저장된 빗물은 조경용수, 도로청소용수, 살수용수, 실개천 및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쓰여진다. 이에 LH는 빗물침투를 고려한 토지 이용 및 식재계획, 생태연못, 수생비오톱 및 생태학습공간으로 조성해 교육시설로 이용하고, 건축물 옥상녹화로 냉난방 에너지 절감을 유도했다. 따라서 도심내에서 빗물이 흐르는 개천과 도랑, 연못을 볼 수 있게 된다.

◇ 열섬 및이산화탄소 저감 = 분산형 빗물관리시스템 실무 책임자인 김종남 녹색도시처 차장은 "빗물이 그냥 흘러버리면 도심내 오염원을 그대로 하천이나 강, 바다로 쓸어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나아가 홍수 및 자연재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연침투 및 저장, 저류 등을 실시할 경우 별도의 물을 끌어오지 않아도 되고, 도심의 열섬도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한다.

완공 이후 아산신도시는 빗물 순환시스템으로 도시 온도를 1.2도 낮출 수 있게 된다. 여름철 냉방, 도심 내 상수도량 및 녹지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차장은 "아직 정확한 절감비용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수질 악화, 도심 열섬방지, 생태 환경 등의 감안하면 그 비용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산형 빗물 관리 효과는 ▲ 도시 홍수 예방 ▲ 녹색공간 확대를 통한 생태계 복원 ▲ 빗물 유출 저감으로 인한 환경오염물질 감소 ▲ 지하수위 확보, 하천 건천화 예방 ▲ 도시내 물의 저류 및 식물공간 확대로 도시온도와 이산화탄소 저감 등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이형 공주대 건설환경학부 교수는 "아산신도시 빗물관리 시스템은 도시개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생태계를 보전해 개발이 자연에 미치는 인공적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산신도시는 빗물 재활용이라는 면에서 기존 신도시 건설과는 분명 차별화됐다. 추후 아산신도시에서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해 다른 도시개발에 적용하는 문제를 더 연구해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확대 절실=분산형 빗물관리는 방재적인 효과도 크다. 홍수나 자연재해, 그로 인한 인명ㆍ재산 피해 등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소방방재청, 국토해양부, LH 등은 신도시 등 주거단지 및 산업단지 개발 등에 확대적용을 위한 기준 마련, 분산형 빗물관리 적용에 따른 인센티브 방안 마련, 각종 방재관련제도 변경 등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주영해 LH 녹색도시사업처장은 "분산형 빗물관리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개발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도시ㆍ분야의 모델로 민간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아산신도시 개발을 완료 이후 1년 이상 모니터링을 실시, 각종 환경개선효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도 제도 정착을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이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아산신도시 조성기법은 강우유출수의 신속한 배제와 대규모 유수지 등으로 대응하는 기존 집중형 관리와는 달리 선제적인 관리 방식으로 각종 설계 및 차별화된 기법, 생태 효과 등에 대한 연구 등을 보다 면밀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연구,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