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2012년 1월 현재, 그 어떤 실적도 없는 20대 젊은이에게 북한의 권력이 세습됐다.'
'김정은 체제'의 저자 히라이 히사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그 어떤 실적도 없는'이라는 부분에 무게를 싣는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스스로 권력을 쟁취했지만, 김 부위원장의 경우는 이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1999년 중국에 갔던 것은 '베이징 주재 평양 특파원'이라는 이름을 달고서였다.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 도피 사건을 보도해 일본신문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지만 책을 쓴 이유가 북한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머리말'에서 '감정적인 비난이나 매도만으론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북한이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고, 어떤 논리로 행동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북한을 덮어놓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사실에 접근해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바라는 북한의 미래는 '민주'다. 선군정치가 북한 경제 건설을 지탱하고 있다는 논리는 구체성이 없으며, 북한이 살아남는 길은 '선군'을 버리고 '선민(先民)'으로 전환하는 것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군이나 정치 우선 사상을 버리고 경제 우선, 인민 우선으로 노선을 전환하는 것이 북한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의 맨 뒤편에 있는 '지은이 후기'가 인상적이다. '2009년 5월 작고한 가수 아마와노 기요시로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엔 언젠가 반드시 모두가 사이좋게 되는 세계가 온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기요시로는 이 노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명칭을 마디마다 쪼개 불렀다.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라는 식으로…나도 기요시로와 같이 바라고 있다. 모두가 사이좋게 되는 세계를, 차별도 편견도 국경도 없게 되는 현실을 말이다'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김정은 체제/ 히라이 히사시 지음/ 백계문ㆍ이용빈 옮김/ 한울아카데미/ 2만9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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