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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혼 조정관, 정부 찾아 나눈 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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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란 문제에 한국이 희생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에도 진전이 없을 거란 얘긴가. 동맹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정당한가?(WIthout sanctions on Iran, no progress on North Korea issue? Can you justify the sacrification of other allies' economy for your own interests?)

17일 오후 3시 45분. 과천 기획재정부 국제회의실을 빠져 나가는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담당 조정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취재진을 향해 "오늘 회의는 매우 유용하고, 건설적이었다(It's very useful and cunstructive meeting)"며 미소짓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아인혼은 29년 동안 핵 문제를 다뤄온 베테랑 외교관이다. 하루 전 2박 3일 일정으로 입국한 아인혼 일행은 이날 오전 외교부를 먼저 들러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란 문제와 북한 문제는 연결돼 있다"며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나쁜 지금, 원유 문제가 부를 반미감정은 그에게도 상당한 부담인 듯했다. '거슬리는 질문들'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도 날카로웠다. 현장에 동행한 앤디 제이 미 대사관 부대변인은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밀지 말아요! 이만하면 됐어요!(Don't push me! That's enough!)"라며 아이혼 조정관을 둘러싼 취재진을 끌어 내기도 했다.

이날 재정부와 아인혼 일행의 협의는 예정보다 길어졌다. 사실상 이란산 원유 수입을 막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의미 있는 수입 감축'을 적용 예외 조건으로 뒀다. '도대체 얼마나 수입량을 줄여야 하느냐'가 이날 협의의 핵심이었다. 1시간 30분을 예상한 회의 시간은 15분 이상 길어졌다. 외교부에서 1시간을 머물렀고, 이후 지식경제부 일정이 있었던 걸 고려하면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얘기다. 아인혼은 이후 지경부에서도 두 시간 동안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협의에서 '숫자' 얘긴 오가지 않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말이다.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은 "미국 측의 요구 사항을 듣고, 우리가 궁금한 것들을 묻는 자리였다"며 "우리가 가든, 그들이 오든 대화가 거듭될 것"이라고 했다. 은성수 국제금융국장도 "협의는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거듭될 협의의 첫 단계였을 뿐 숫자가 거론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퍼센트'를 언급하는 순간 그 조건에 바인드(bind·묶이다) 될까 우려해 우리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눈치이지만,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경제 타격도 줄이는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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