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45분. 과천 기획재정부 국제회의실을 빠져 나가는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담당 조정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취재진을 향해 "오늘 회의는 매우 유용하고, 건설적이었다(It's very useful and cunstructive meeting)"며 미소짓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나쁜 지금, 원유 문제가 부를 반미감정은 그에게도 상당한 부담인 듯했다. '거슬리는 질문들'에 대한 미국 측의 반응도 날카로웠다. 현장에 동행한 앤디 제이 미 대사관 부대변인은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밀지 말아요! 이만하면 됐어요!(Don't push me! That's enough!)"라며 아이혼 조정관을 둘러싼 취재진을 끌어 내기도 했다.
이날 재정부와 아인혼 일행의 협의는 예정보다 길어졌다. 사실상 이란산 원유 수입을 막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의미 있는 수입 감축'을 적용 예외 조건으로 뒀다. '도대체 얼마나 수입량을 줄여야 하느냐'가 이날 협의의 핵심이었다. 1시간 30분을 예상한 회의 시간은 15분 이상 길어졌다. 외교부에서 1시간을 머물렀고, 이후 지식경제부 일정이 있었던 걸 고려하면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얘기다. 아인혼은 이후 지경부에서도 두 시간 동안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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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