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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한약은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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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북경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전통의학협력기관회의가 사흘간 열렸다. 회의 둘째 날 중국 중의과학원이 부속병원 가운데 하나인 광안문병원을 방문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의 한방병원은 오후 4시께면 한산한 데 반해 중국 병원은 병원 전체가 시장을 방불할 정도로 환자들로 북적였다. 국내에서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로 한의계가 침체 상태에 있는 데 반해, 한약의 주요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한방병원에 환자들이 넘쳐 의료진이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그러면 과연 한약은 안전하지 않은 것일까. 한의계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약은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한약은 안전성에서 자유로웠다. 우리 민족은 한약으로 질병을 치료해 건강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왜 한약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을까. 우리나라 유일의 한의학 기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염려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왔다. 많은 국민이 복용하고 있는 한약의 안전성 확보는 국가의 현안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한약의 안전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한약은 식물이기 때문에 땅 속의 중금속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재배 과정에서 살포되는 농약이 함유돼 있을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곰팡이 등이 인체에 해를 주는 물질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약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질이 간이나 신장 등 특정 장기에 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한의학연은 한약에 대해 중금속 등 잔류물질 중심의 위해물질 검사와 독성 검사를 벌였다. 대상은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약 처방이다. 위해물질 검사는 수은이나 납, 비소,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잔류 농약이나 잔류 이산화황 등에 대한 검사이고 독성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청(KFDA)이 제시한 의약품 기준을 따랐다. 예상했던 대로 안전한 것으로 판명됐다. 우리나라는 한약을 대부분 탕제의 형태로 복용하는데, 탕제는 통상 1~2시간 정도 끓여서 찌꺼기는 버리고 탕액을 복용한다. 끓이기 전과 끓인 후의 탕액의 위해물질 검사와 독성 검사 결과 모두 기준치 이내로 확인됐다.

그러면 한약 자체의 문제는 어떨까. 한약이 간이나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독성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약품과 생활용품 등의 안전성 평가를 위해 실시하는 기준에 따라 실험을 했다. 실험 한약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복용한 처방들을 대상으로 했다. 한의원과 한방병원 등이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는 25종 가운데 1위인 '오적산'과 '육미지황탕' '십전대보탕' 등이다. 이 역시 안전성 실험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입증됐다.
최근 한의학연은 국내 한방 의료기관이 활용하고 있는 주요 한약의 안전성 정보를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는 주요 한약 20개 처방의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비교 정보도 포함하고 있다. 탕제나 제제 등 다양한 제형의 구성 약재와 용량은 물론 기원과 성분의 구조식, 성분 분석 결과, 영양소 함량, 효능, 약리 작용, 안전성 자료와 부작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국민들이 짧은 기간 안에 한약의 안전성을 확신하게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약의 안전성과 관련된 연구 결과들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한약에 대한 편견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꼭 필요하다. 한의학연은 앞으로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온 국민들이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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