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작렬 증시뉴스 10]화려한 시절은 가고..자문사 대표들 '속앓이'(5)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도통 입맛이 없습니다."
2011년 증시 '8월의 악몽'은 투자자문사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걱정과 유럽 국가들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증시는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을 오가며 폭락했고, '추락'의 중심에는 그간 주도주로 부각되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이들 업종에 대한 압축 포트폴리오로 고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자문형랩은 지난 '5월 고점'에서 9조원 이상을 모았으나 이후 잔액은 꾸준히 줄어 7조원대를 밑돌았다. 주가가 빠지면서 평가금액도 하루가 다르게 줄자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선 것. 수익률이 추락하자 5월 고점에 들어왔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항의도 끊이지 않았다.
자문형랩 돌풍으로 금융투자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던 자문사의 대표들 역시 순식간에 '죄인'이 돼 속앓이를 시작했다. 자문사 대표들은 대외 활동을 자제한 채 수익률 회복에 온 신경을 쏟았다. 한동안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장이었기 때문에 점심시간도 반납했다. 한 자문사 대표는 8월 급락장 이후 점심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앉은 자리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며 죽으로 끼니를 때웠다. 아래로 아래로 향하는 수익률 그래프를 보면서 도통 입맛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체중감소에 시달린 대표도 있었다. 지난 4~5월 빛나는 수익률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이 종전보다 훨씬 늘었는데 특히 그들이 입었을 손실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는 고객 항의 전화에 응대하다 보면 죄책감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몇몇은 아예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잠수'를 선택하기도 했다.
증시는 비교적 안정을 찾았으나 폭풍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아직도 미처 다 만회하지 못한 성적표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제 2012년, 이들은 다시 희망을 말한다. 한 자문사 대표는 "압축형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문형랩이 2011년 뭇매를 맞았으나 2012년에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좀 더 안정된 분산형, 가치형 랩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눈길을 보내길 기대하고 있다"며 "업계 전반이 수익률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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