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F-35 유력하지만 예산 문제가 걸림돌
일본은 북쪽 홋카이도 지역에서 쿠릴 열도를 놓고 러시아와, 남쪽으로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F-22의 라이벌로 꼽히는 수호이 T-50을 개발 중이며, 중국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시제기 ‘J-20’을 시험 비행 중이다.
후보 기종은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II, 보잉의 F/A-18E 수퍼호넷,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원래 F-22의 도입을 원했으나 미국의 수출금지로 좌절됐기에 대안으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강력히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수 년째 지지부진한 개발로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때문에 더 가격이 싸면서도 실전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F-18이나 유로파이터도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미국제 최신 기종을 도입해 왔으며, 그것도 직구매에 비해 대당 가격이 몇 배가 치솟는 것을 감수하면서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 등 국내 항공업체들을 통해 기술이전을 통한 면허생산을 고집해 왔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한 경제력이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일본은 F-104, F-4, F-15 등을 자체 생산하면서 국내 항공산업을 육성해 왔다. 미국 록히드와 함께 개발한 지원전투기 F-2의 비용은 대당 132억엔(1억7140만달러)로 원형인 F-16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최첨단 기술의 도입과 국내 항공산업 유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일본의 재정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일본의 올해 국방예산은 4조6000억엔(590억달러)였으나 일본을 제치고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이 12.7% 증가한 6011억 위안(943억달러)을 기록했다.
일본의 국방비는 최근 십여 년 간 감소하는 추세이며, 특히 올해는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재건에 막대한 국고가 소모됐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섰다. 유로존 부채위기 등 글로벌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인 엔화 강세와 해외수출 감소로 일본 경제도 성장세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 노다 요시히코 내각은 예산 압박 속에서 어떻게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증세와 지출축소 등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방예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자위대 육장(우리 군의 중장에 해당) 출신의 유명 군사평론가이자 우익인사인 시가타 도시유키(志方俊之) 데이쿄대학(帝京) 교수는 “일본은 항상 최신 기술의 입수를 원해 왔기에 F-35가 가장 우선 순위에 올라 있으나, 현재 정부 재정 상황에서는 F-18도 가능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 공군 퇴역 장성인 제프리 콜러 보잉 군용기사업부 부대표는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바뀌었으며, 일본이 혼자 힘으로 다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또 비용을 넘어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면허생산 문제는 일본 국내 항공업계의 일자리와 기술 도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F-2 지원전투기의 생산은 이미 9월27로 끝나 조립라인이 ‘놀고 있는’ 상태다. 라이센스 생산에 따른 비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직도입을 선택한다면 국내 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
이치가와 야스오 방위상은 “기종 선택의 최우선 기준은 성능이지만, 재무성과 먼저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단 방위성은 4대 도입에 대당 137억엔의 예산을 요구할 계획이며, 이는 현 F-2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은 F-18과 F-35의 중간 정도 가격이 될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일본의 방공작전 요구조건에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 정부가 유럽제 전투기의 도입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미 기종은 F-35로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일본은 F-35를 선택하겠지만, 어디까지 치솟을 지 모르는 개발 및 도입비용은 가뜩이나 무거운 빚을 짊어진 일본 정부에 또다른 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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