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의 경제 환경과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글로벌 경영을 실천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공세를 펼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 맞선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이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알찬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최근 아쿠쉬네트 인수로 휠라의 글로벌 경영에 많은 관심을 주시는데,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경영의 기치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휠라 글로벌 브랜드 사업권을 전격적으로 인수하며 당시 세계 70여개국에서 비즈니스 중인 휠라의 본사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 인수 건은 그해의 가장 성공적인 인수ㆍ합병(M&A)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글로벌 경영의 안정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의 브랜드로 골프용품 부문에서 독보적인 세계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아쿠쉬네트의 인수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한 후 부쩍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2개의 글로벌 회사를 경영하게 된 경영 노하우나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신뢰의 힘'이라고 대답한다. 1984년 미국 휠라에 신발을 공급하는 에이전트로 휠라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이래 1991년 당시 휠라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휠라코리아 대표직을 제안받았을 때까지 내가 갖고 있었던 가장 큰 자산은 '신뢰'였다. 이후 2007년 본사 인수 당시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경쟁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근 20년 넘게 상호 간에 쌓아온 '신뢰'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동안 품질의 차별화, 브랜드의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온 경험과 휠라코리아의 '윤윤수'라면 미래의 휠라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본사의 믿음이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경쟁업체들을 제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처음에 불가능해 보이던 인수 자금 조달에도 그 동안 경영을 하며 쌓아온 신뢰를 담보로 많은 금융사들이 투자와 장기 대출의 문을 열어 주었다. 작년 9월에는 휠라코리아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며, 우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아쿠쉬네트사의 경영을 시작하며 미국 현지 임직원들과 제일 먼저 한 일도 경계를 허물고 신뢰의 기틀을 마련하는 부분이었다.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오랜 시간 이 회사에서 근무해 온 임직원들도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경영진과의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 회사 동료에게,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또 고객들에게 이르기까지 나는 신뢰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고,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큰 결과로 돌아오는지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러한 신뢰의 중요성이 공간적으로 무한히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글로벌 사회다. 때문에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신뢰에 대한 정보의 파급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광범위해졌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신뢰를 쌓고 관리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일이 됐다.
요즘같이 국내외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은 더욱 강조된다. 기본기가 잘 다져져 있어야만 위기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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