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페이스] 리처드 킨더 킨더모건 CEO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오는 12월2일이 되면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 부정 사건을 남겼던 대형 에너지기업 엔론이 파산한지 정확히 10년이 된다.
엔론 파산이 있기 5년 전이었던 1996년, 당시 엔론 사장이었던 리처드 킨더는 엔론으로부터 추가 5년 계약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는 "내 경력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로 했다"며 자신 인생의 16년을 함께 보냈던 엔론과의 결별을 선택한다. 5년 뒤 엔론이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것을 감안하면 일생 일대의 중요한 선택이었다.
킨더는 엔론을 떠나면서 1996년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엔론에 있으면서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많은 기회와 변화를 경험했다"며 "엔론의 일원이었다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며 계속 엔론의 주주로서 향후 엔론에 최고의 순간이 있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엔론을 나온 그는 곧바로 천연가스관 분야에서 베테랑이었던 자신의 친구 윌리엄 모건과 함께 '킨더모건'이라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업체를 세웠다. 1997년 2월 직원 175명, 시가총액 3억2500만달러이던 킨더모건은 현재 약 8000명의 직원과 약 55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킨더는 킨더모건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지난 17일 킨더 CEO는 엔론 결별에 버금가는 일생 일대의 중대 발표를 했다. 경쟁사인 엘파소 인수를 선언한 것이다. 킨더모건은 엘파소 부채 170억달러도 모두 떠안기로 했으며 부채 포함 인수 규모는 총 378억달러에 이른다.
이번 인수합병은 수송관 업계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에너지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사상 9번째 규모이며 최근 1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의 인수제안이다.
킨더는 이로써 미국에서 약 6만7000마일(10만7000㎞)의 가스관을 보유, 5만마일을 보유한 엔터프라이즈 프라덕츠 파트너스를 제치고 미 최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기업이자 북미에서 4번째로 큰 에너지 기업의 CEO로 등극했다. 시가총액도 940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합병은 이미 두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만큼 내년 2분기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킨더모건은 사실상 엘파소 주식 한 주를 26.87달러에 인수하게 되며 이는 지난 주말 엘파소 주가에 37%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킨더모건은 엘파소 주식 한 주당 현금 14.65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엘 파소 주식 한 주를 0.64주의 킨더모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워런트를 지급키로 했다. 워런트를 보유한 주주들은 킨더모건 주가가 향후 5년 안에 40달러가 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킨더모건 측은 "이번 합병으로 연간 3억5000만달러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며 "배당금도 상향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킨더 CEO는 "두 회사는 미국에서 서로 다른 시장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온 만큼 두 회사의 파이프라인 시스템은 서로 보완이 될 것"이라면서 "일생에 한 번 있을 이번 거래는 두 회사에 모두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엘파소가 각 주에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막대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덕분에 곧바로 주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킨더모건은 합병 후 엘파소에서 분사하기로 한 탐사와 생산 사업부를 팔아 6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킨더는 8월 말에 인수 제안을 위해 엘파소의 더글러스 포쉬 CEO를 만났다. 당시 엘파소는 지난 5월에 이미 탐사와 생산 부문 사업부 분사 계획을 밝힌 상황이었다.
킨더모건은 앞서 지난 2월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거의 30억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킨더 CEO는 킨더모건 지분의 약 30.6%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지분 가치는 약 67억달러에 이른다. 1996년 순간의 선택은 그의 인생을 이처럼 확 바꿔놓았다.
그의 후임자로 엔론 사장을 지낸 제프 스킬링은 2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콜로라도의 차가운 감방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킨더 CEO는 미주리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베트남전에 육군 대위로 참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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