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 실패한 한국 육상도 자성 목소리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일간의 열전의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번째 나라에서 펼쳐진 이번대회는 그러나 기대했던 세계신을 쏟아내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한국은 역대 세번째 '노메달 개최국'이라는 불명예 속에 목표로 했던 '10-10 프로젝트'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환희와 아쉬움의 눈물이 교차한 이번 대회를 종합해 본다.


◇'볼트선수권대회'?

이번대회는 그야말로 '볼트의, 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구 세계선수권은 대회 이틀째인 8월28일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남자 100m 실격의 충격에서 시작해 대회 폐막일인 4일 볼트의 400m 계주 세계신기록으로 화려하게 끝났다. 대회 내내 볼트의 실격, 볼트의 한마디, 볼트의 명예회복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이자 디펜딩챔피언 볼트는 남자 100m 라이벌들이 모두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무난히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였으나 충격적인 부정출발에 의한 실격으로 뛰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첫번째 플라잉(부정출발) 선수가 곧바로 탈락하는 새 규정에 발목이 잡힌 볼트는 그러나 3일 200m 결승에서 19초40으로 2연패했고, 4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37초04의 대회 '유일의' 세계신기록을 썼다.

메이저 육상대회를 처음 관전한 국내팬들은 말로만 듣던 볼트의 화려한 쇼맨십과 카리스마에 즐거워 했다.


◇'몬도트랙도 깔았는데..' 신기록 흉작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푸른색 몬도트랙도 효과가 없었다. 대구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앞두고 18억원을 들여 몬도트랙을 새롭게 깔았다. 몬도트랙은 무려 230차례 이상 세계신기록을 만들어낸 마법의 양탄자다.


하지만 이번대회에선 좀처럼 세계기록을 만날 수 없었다. 폐막일 직전까지 여자 창던지기와 여자 100m 허들, 여자 투포환에서 나온 대회신기록 3개가 겨우 체면을 세워줬을 뿐이었다.


역대 13차례 대회 중 세계신기록이 없는 대회는 1997년 아테네·2001년 에드먼턴·2007년 오사카 대회 등 단 3개 대회. 역대 4번째 '노 월드레코드' 대회의 불명예를 눈앞에 둔 대구 대회는 다행히 마지막날 볼트가 뛴 자메이카 400m 계주팀이 살려줬다.


◇스타들의 무덤..이변, 또 이변


이번 대회의 주요 키워드를 꼽는다면 '볼트'와 '데일리 프로그램'이었다. 대구 조직위원회가 매일 펴낸 안내책자인 데일리 프로그램은 새로운 '징크스'와 이변을 만들어냈다. 바로 표지 모델로 나섰던 우승 후보들이 잇따라 실격, 부진 등으로 무릎을 꿇은 것.


첫날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브 후커(호주)를 시작으로 남자 100m의 우사인 볼트, 110m 허들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등이 '저주'의 희생양이 됐다.


볼트와 로블레스는 실격으로 탈락했고 후커는 예선 탈락, 이신바예바는 세계기록을 27번이나 바꾼 '지존'답지 않게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대회 2연패를 노렸던 남자 400m의 라숀 메리트(미국)는 그레나다의 신예 키라니 제임스에게 왕좌를 내줬고 여자 400m에서도 아만틀 몬트쇼(보츠와나)가 미국과 자메이카 양강 구도를 깨고 정상에 올랐다. 남자 100m의 새로운 왕좌는 볼트의 훈련 파트너인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에게 돌아갔다.


여자 100m에서도 '무관의 제왕' 카멜리타 지터(미국)가 올림픽·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자메이카)를 따돌리고 영광을 안았다. 여자 높이 뛰기의 '만년 2인자' 안나 치체로바(러시아)도 '지존' 블랑카 블라시치(크로아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무너진 한국육상..예고된 '남의 잔치'


애초부터 '10-10 프로젝트'(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 배출)는 무리였다. 한국육상은 또한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무너졌다. '남의 잔치'는 예고된 일이었다.


기적같은 메달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에 기대 '혹시나' 하며 기대했지만 '눈 먼 메달'은 당연히 없었다. 한국신기록 4개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서 노메달에 그쳤고 '10-10 프로젝트'에도 한참 못미쳤다. '톱10'에 든 것은 경보 20km의 김현섭(6위), 경보 50km 박칠성(7위) 두 명 뿐이었다. 한국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예선을 통해 결선에 진출(11위)한 멀리뛰기 김덕현(멀리뛰기)은 세단뛰기 예선서 부상해 결선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노메달 개최국은 1995년 예테보리 대회를 개최한 스웨덴과 2001년 에드먼턴 대회의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국내팬들의 실망도 컸다. 푸짐한 잔칫상만 차려주고 외부인들끼리만 신나게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쳐다보는 꼴이 됐다.


한국 육상은 2009년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한단계 도약을 꿈꿨다. 외국인 코치를 데려오고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집중적인 투자로 육상 체질 개선에 힘썼다. 지난해 31년 만에 남자 100m 한국기록을 깨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수확하는 등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10-10 프로젝트'가 애초부터 과한 목표가 아니었나는 비난도 있었다.


오동진 회장은 대회 기간 중 스포츠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사실 조금 과한 목표이긴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였다"며 "2년 전 베를린대회 때처럼 무기력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은 수확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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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회장은 이어 "현재의 부족한 육상 인구로는 결코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없다. 육상 자원을 확보하고 그들이 맘껏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며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서 마지막까지 해야 할 소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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