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소재 25개구 중 14개 구의 전셋값이 매매가의 50%를 넘어섰다. 경기도는 28개시 중 16개시의 전셋값이 매매가의 50%를 넘었다.
서울에서는 성북구 55.31%, 서대문구 54.79%, 관악구 54.19%, 금천구 54.01%, 동대문구 53.88% 순으로 전셋값이 매매가에 가까웠다.
장기화된 시장 침체로 집값은 떨어지고 전세민은 늘어나면서 전세집 부족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현상은 올 가을 이사철을 맞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다만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약 60%대에 접어들면 매매수요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군포 산본 매화주공 14단지 인근 공인중개소는 "전세수요는 많은데 전세 매물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소형 중심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매매가(전용 49㎡)는 1억6500만원 정도로 전셋값 1억1000만원에서 5000만원 가량을 얹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수원 고색동 대한아파트는 수원산업단지 수요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이에 급매물에 한해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아파트의 가장 작은 평형인 79㎡는 기존 시세 1억4000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오른 가격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성북구 종암동 종암2차I'PARK는 전셋값 상승에 따라 인근 지역에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 아파트의 59㎡형 주택은 전세가격이 2억1500만원 수준으로 전셋값은 매매가 3억2500만원 대비 약 66%에 달한다. 하지만 전셋집에 살다가 내 집으로 만들기에는 아직 가격이 비싸, 인근 지역 신혼부부들이 매매에 나서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 주택시장은 산술보다는 심리전에 가깝다. 집값 상승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린 시장에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 상승은 수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이 공급시 주변 시세에 50~90% 수준에 공급된다는 점에서 집 구매 의사는 더욱 위축됐다. 올 가을 전세대란이 발생해 전셋값이 더욱 치솟아도, 매매 수요로의 전환은 이뤄지지 않는 '주택시장의 왜곡'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확대에 따른 매매 시장의 변화는 좀 더 복합적인 문제"라며 "전셋값이 올라도 집값을 감당할 수준은 아니어서 거래 활성화 및 집갑 상승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