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추세와 심리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는 눈에 가시 같던 월나라의 왕 윤상이 죽고, 그 아들 구천이 즉위하자 그 다음해 전쟁을 일으킨다. 새로 등극한 왕이 나이가 어려 전쟁경험이 없다는 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취리'란 곳에서 대치한 양군. 구천은 오나라 군대가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고, 전투와 진법에 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면 승부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전투 시작 전, 백명의 사형수를 앞으로 밀어내 오나라 군대 진에 가까이 다가간 후 하나하나 스스로 목을 베어 자결하게 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오나라 군사들도 아연실색하는 장면이었다. 이들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구천이 병력을 몰고 진격하자 오나라 군대는 제대로 응전도 못하고 어지러워졌다. 오왕 합려도 원라라 대부 영고부의 창에 발목을 찔려 상처를 입고, 회군하는 도중 사망했다. 구천은 열세인 전력을 심리전으로 극복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일본 대지진 후 승승장구하던 코스피지수가 모처럼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무려 20거래일 연속으로 5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팔자'세로 돌아서자 가뜩이나 고점에 대한 부담을 느끼던 지수가 맥없이 무너졌다. 5일과 10일 등 단기이동평균선은 지지선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했지만 약효가 없었다. 이미 예견된 동결이었고, 5월에는 올리지 않겠냐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였으니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본의 계속된 여진 소식과 방사능 문제는 투자심리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일본 정부가 뒤늦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급을 25년전 체르노빌과 같은 7등급으로 올린 데 대해 세계 언론뿐 아니라 증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 증시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장이 차례로 급락하며 마감했다. 인구 2000만명이 밀집돼 있는 도쿄 대지진 얘기까지 나오니 불안감은 더욱 확대됐다.
이런 상황이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은 이같은 상승 추세는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정이 기술적 부담에 따른 템포 조절, 옵션만기일 등을 앞두고 일어난 수급불균형 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다.
대우증권은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와 유동성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시기상조다. 지수상승의 핵심논리인 펀더멘탈과 유동성 조합이 유효하다"며 급격한 가격조정보다 기술적 조정에 무게를 뒀다.
동양종금증권도 전날 코스피 지수가 3월15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지만 근본적으로 변한 것으로 없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의 매수기조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OECD경기선행지수를 기준으로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가 동반 확장되는 국면에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순매수 우위 기조를 유지했다"며 외국인투자가의 순매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과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번 식은 쇠를 다시 뜨겁게 달구기 위해선 시간과 뜨거운 불이 필요하다. 더구나 꺾인 기세에 대한 실망감이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경기와 유동성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형성하더라도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변동성 높은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새벽 뉴욕 주식시장은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7.53포인트(0.95%) 하락한 1만2263.58, S&P500 지수는 10.30포인트(0.78%) 내린 1314.1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6.72포인트(0.96%) 하락한 2744.79에 마감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를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상 최악인 '레벨7'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한데다 미국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가 전날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한 것이 이날 주식시장의 부진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이틀째 줄줄이 하락한 것도 관련주 하락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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