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난 연말은 제빵업계에 너무 잔인했다. 국내 제빵업계의 양대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는 두 업체가 얽힌 사건 때문이었다. 이름조차 끔찍한 '쥐식빵 자작극'은 그동안 식품업계에 있었던 어떤 사건 못지 않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자작극을 벌였던 용의자는 자신의 빚을 좀 더 빨리 갚기 위해 50미터 떨어진 경쟁빵집을 음해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용의자가 공격하려 했던 경쟁빵집 뿐만 아니라 전국의 빵집 매출을 급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제빵업계의 연말연시 대목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콜라업계는 경쟁업체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윈윈의 관계'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손꼽힌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100년이 넘도록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콜라 시장을 양분하면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의 '콜라전쟁'은 다양한 사례연구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에 소개되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장'의 성장이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쟁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회사가 그토록 오랫동안 콜라시장을 양분하면서 경쟁을 해온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회사가 치열하게 가격경쟁을 할 때도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마케팅전쟁을 할 때도 자사의 콜라를 돋보이는 데 치중했다. 즉 가격을 낮추되 콜라산업의 수익성을 포기할 정도의 출혈경쟁은 자제했으며 마케팅을 할 때도 상대를 깎아내리기보다는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즉 양사 모두 '콜라산업'의 매력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100년이 넘도록 두 회사가 전 세계 콜라시장을 거의 양분하면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은 대단히 보기 드문 사례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는 상생의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다.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콜라산업의 두 경쟁자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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