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비극 부른 변혁의 계절
천안함 같은 아픔 다시는 없어야
'April is the Cruellest Month'(4월은 잔인한 달)
이 말은 근 현대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인 토마스 엘리엇의 '황무지'에 나오는 시구이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엘리엇은 20세기 모더니즘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뮤지컬 전성시대의 중심축의 하나로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캣츠'는 그의 원작 '늙은 주머니쥐의 고양이에 관한 책'을 바탕으로 극으로 꾸며졌다. 그가 현대 문학사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엘리엇이 평한 4월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망각의 눈에 덮여있던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으나, 계절의 순환 속에서 봄이 찾아와 버거운 삶의 세계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모든 생명체 그리고 껍질을 깨고 나오는 고통, 움트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래서 4월은 잔인하다'는 것이 이 시의 주된 내용이다.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후인 1922년 당시에 유럽 세계의 정신적인 황폐와 형식화 돼버린 기독교정신을 꼬집은 것이라고 한다.
엘리엇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의 암울한 인간 세계를 잘 표현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四'라는 숫자는 죽음을 의미하는 '死'와 같은 발음이 난다는 이유로 모두 꺼려하는 숫자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엘리엇의 시구에 나온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곤 한다. 얼마전 4ㆍ19 혁명 50주년을 맞이하였듯 유독 4월은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많은 정치적 변혁이나 사건이 이어졌다.
불행하게도 올 해 4월은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지게한 안타까운 역사로 기억될 것 같다. 바로 모든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서해 천안함 침몰 때문이다.
차가운 바다속에서 유명을 달리한 46명 장병들의 가슴아픈 사연은 우리를 비통하게 했고 온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어린 자녀들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간 가장과 결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사랑하는 이와 안타까운 작별을 고한 장병, 그리고 효심이 가득했던, 전역을 손꼽아 기다리던 꿈 많은 젊은이들. 그들 모두가 군인이기 이전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아들이요, 형제였다.
특히 천안함 침몰이 외부의 어뢰공격에 의해 이뤄졌다는 쪽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의 1차 평가가 나오면서 그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휴전 50년을 넘어서는 남북간 긴장관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수색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실종된 금양98호 선원들의 경우 장례식에 조문 온 친지마저 없었다는 가슴아픈 사연도 접하게 되었다. 그들이 진정한 의인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서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대지에 봄은 왔건만 아직 필자의 마음 속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듯하다. 봄 기운을 마음껏 마시며 가슴을 활짝 펴야했을 국민들의 가슴도 시뿌연 황사를 대하듯 먹먹한 한 달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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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고 살아남은 자에게 더 이상 가슴 아픈 4월로 기억되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국민 모두가 숨진 장병들의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년 4월. 우리를 힘들게 했던 지난 한달은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자. 그리고 희망이 가득한 5월을 기대해본다. 다시는 잔인한 4월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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