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높을수록 좋았던 'MB'게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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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시대 가정용게임기 초창기에는 장기간 플레이하는 게임을 즐길 때 주로 패스워드 방식을 이용했는데, 게임업계에서는 MSX의 RPG ‘하이드라이드’의 제작사 T&E소프트가 최초로 발명했다. T&E소프트는 슈퍼패미컴용 RPG ‘소드월드’의 제작사이며 하이드라이드는 팔콤의 ‘드래곤슬레이어’ 시리즈, 크리스탈소프트의 ‘환상의심장’ 등과 함께 일본 PC게임의 3대 RPG중 하나였다고 한다. 또한 패미컴버전으로는 드래곤퀘스트보다 몇 달 빨리 발매되어 사실상 패미컴 최초의 RPG이기도 했다.


오락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MSX게임 요술나무. 85년 제작

오락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MSX게임 요술나무. 85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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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X용 게임이란 일본의 8비트 컴퓨터에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게끔 카트리지 장치를 부착한 것으로 대우의 재믹스는 MSX에서 키보드를 삭제한 버전이었다. 8비트 PC시절 당시 애플과 MSX가 국내를 장악하고 있었을 때 대우가 출시하던 PC기종이 바로 MSX이다. 국내 오락실산업 초기에 게임기와 교육용 컴퓨터를 혼용 설치해야한다는 정부의 반짝 방침에 따라 게임이 내장된 오락실 버전으로도 잠시 등장해 시간제 게임방식을 선보였다. ‘베이직은 공짜’라는 문구가 기억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락실의 그 산만한 분위기서 베이직 프로그램을 실제로 연습하던 공대생스러운 용자도 아주 가끔 보이긴 했다. 그저 독한 분이다.

패스워드 입력화면의 일례

패스워드 입력화면의 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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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 방식은 따로 저장장치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조이패드로 한자한자 선택해서 기입했는데 오타라도 하나 발생했을 경우에는 아주 환장할 지경이다. 게임 한판 하려고 목욕제계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런 유저들의 불편함을 십분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86년 발매된 MSX 하이드라이드2에서 게임업계 최초로 배터리백업 방식이 채택되었다. 약간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가정용게임기에서는 87년 4월 ‘실버사가’의 세타가 발매한 ‘모리타 장기’에 배터리백업이 최초로 사용되었다. 배터리백업 방식이 서서히 일반화를 이루자 악랄한 패스워드 저장방식으로 인해 게임을 끝낼 때마다 일일이 메모해야한다는 문제는 사라졌지만, 배터리가 모두 소진될 경우 데이터도 사라진다는 새로운 문제점도 있었다.


91년 에폭에서 출시된 바코드 배틀러

91년 에폭에서 출시된 바코드 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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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컴 말기 꽤나 참신한 시도를 한 제품이 하나 있었는데 에폭에서 출시한 ‘바코드 배틀러’라고 혹시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 유통제품에 입혀져 있는 바코드를 인식기로 입력하면 해당 바코드에 따라 게임캐릭터의 전투 능력치가 정해지는 방식으로 활용되던 시스템인데, 이게 패미컴의 여러 게임에 도입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 기기에 흥미를 가지면서도 입수해보지 못했던 아이템이지만 어떤 블로거에 따르면 120원짜리 안성탕면의 바코드가 300원짜리 에이스크래커의 바코드보다 강했다고 그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주위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수많은 바코드쪼가리들이 자신의 강력한 전사로 탈바꿈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멋진 일 아닌가. 위에 언급한 블로거는 매점쓰레기통까지 뒤질 정도로 바코드 수집에 열을 올렸던 것 같다.

8비트 가정용게임기 시장이 새로운 세계를 유저들에게 선보인 탄생기라고 한다면 16비트 시장은 가정용게임의 개화기였다. RF단자의 저렴한 환경에서 벗어나 기본 AV단자를 채용, 훈훈한 화질과 음질로 유저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게임 환경을 마련했다. 이때 국내에서 110v에서 220v로 막 승압되던 시기라 변압기 없이 110v플러그에 220v어댑터만 설치해서 게임기를 날려먹은 분도 꽤 있었을 것이다. 게임기 내부에서 과다전류로 발생하는 특유의 파열음은 은근히 사람 식겁하게 만들었다.


91년 닌텐도가 출시한 슈퍼패미컴용 젤다의 전설

91년 닌텐도가 출시한 슈퍼패미컴용 젤다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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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비트로 넘어오며 게임사들의 게임제작 기술과 재미는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액션RPG의 바이블 ‘젤다의 전설’, 아케이드게임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 퀄리티의 ‘초마계촌’, ‘썬더포스’, ‘황금도끼’, ‘시노비’. 중간 세이브가 없는 극악 시뮬레이션 ‘파이어엠블렘’,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미려한 그래픽이 돋보인 ‘랑그릿사’, 히틀러와 함께하는 ‘어드밴스드 대전략’, 메가드라이브의 밥줄 RPG ‘샤이닝&다크니스’와 ‘샤이닝포스’, ‘판타지스타’, 패미컴에서의 밋밋함을 16비트로 날려버린 ‘슈퍼로봇대전’, ‘SD건담시리즈’, 가정용 오리지널 대전게임도 히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초무투전’, 테트리스의 벽을 살짝 돌아 인기몰이를 한 퍼즐게임 ‘뿌요뿌요’, 아케이드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스포츠게임 ‘실황’ 시리즈, 허드슨의 ‘봄버맨’, ‘도태랑’ 시리즈에 화려한 영상으로 중무장한 ‘천외마경’, 레이싱게임의 이단아 ‘마리오카트’, 3D칩을 내장해 폴리곤의 충격을 주었던 ‘스타폭스’ 등등 이건 뭐 나열하자면 이 밤의 끝을 25번쯤 잡아도 힘들 것 같다.


91년 메가드라이브 샤이닝 시리즈의 시초. 샤이닝&더 다크니스

91년 메가드라이브 샤이닝 시리즈의 시초. 샤이닝&더 다크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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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게임팩이라 불렸던 가정용게임들은 그 재미와 품격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척도란 바로 용량이었다. 일반적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에 비해 메가수(MB)가 높으면 왠지 더 재미있을 것 같고 메가수가 낮으면 재미없는 게임일 것이라 판단하는 관념들이 있었다. 물론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큰 만큼 많은 재미가 담겨있는 것도 사실이긴 했다.


“아저씨 이거 재밌어요?” “엉, 이거 8메가짜리 게임이야. 죽이지.” “우왕, 진짜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은 우스꽝스럽지만 이런 대화가 게임샵에서 실제로 오갔으며 ‘16메가 대용량!’이라는 홍보문구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닌텐도, 세가, NEC의 삼파전은 나열된 순으로 인기몰이를 해갔다고는 하지만, 이때까지는 거의 닌텐도의 독주였다. 닌텐도가 자체적으로 발매한 게임의 우수성은 물론 철저한 서드파티 관리로 인한 킬러타이틀의 압도적인 양을 세가와 NEC는 따라가지 못했다. 슈퍼패미컴에서 발매된 게임이 약 1,500개에 달하니 말이다. 중반기 이후 닌텐도 서드파티의 주력멤버가 신규개발사를 설립해 세가나 NEC 진영에 합류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샤이닝 시리즈의 트라이맥스이다.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는 일본현지보다는 역동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서양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가지며 더 많은 인기를 모았다.


95년 슈퍼패미컴 32메가의 벽을 깬 남코의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95년 슈퍼패미컴 32메가의 벽을 깬 남코의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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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엔진의 경우 3사중 가장 하드웨어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팩 향상을 발전시켰던 게임기이다. 허나 업계 최초로 CD롬이나 4인 동시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준 멀티탭, 외부기억장치나 다양한 보조장치를 이용한 확장성 등 많은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기 시장에서는 이런 방식이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일단 PC엔진에 라인업된 게임이 유저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했고 제대로 즐기려면 타기종의 게임을 즐길 때와 비교해 두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이른바 귀족게임기였다. PC엔진과 CD-ROM²의 합체버전의 가격은 당시 발매가 57,300엔이었는데, 게임 라인업이 보다 충실했던 라이벌 게임기인 메가드라이브는 21,000엔, 슈퍼패미컴의 경우는 25,000엔이었다.


80년대 후반 엔화환율은 약 100엔당 500원대로 지금의 절반수준이었다. 당시 엔화급락으로 인해 대일수출에 관련된 기업들이 들썩거리던 때지만, 게임을 수입해서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시기였다. 물론 90년대 중반부 들어 엔고현상이 발생한 이후 현재 1,100원대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당시 물가가 안성탕면 한 개가 120원, 압구정 현대아파트 48평형 전세가격이 1억원이던 시대에 30만원이라는 돈이 적은 돈은 절대 아니다. 일반 회사원 월급의 절반이 한방에 훅 간다.


94년 PC엔진 SUPER CD-ROM²으로 발매된 코나미의 도키메키 메모리얼

94년 PC엔진 SUPER CD-ROM²으로 발매된 코나미의 도키메키 메모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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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엔진은 대용량게임이 가능한 CD-ROM²의 도입을 통해 게임에 애니메이션을 군데군데 삽입하여 유저들의 눈길과 구매욕을 자극했다. 기존게임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본식 어드벤처인 비주얼노블류나 연애시뮬레이션들도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탄생된 게임중 하나가 과거 일본에서 ‘도키메키 펀드’라는 금융상품까지 만들어낸 코나미의 ‘도키메키 메모리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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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차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게임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느꼈던 때가 바로 이 16비트 게임기의 시대였다. 게임을 오래 즐겨왔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게임을 접했을 때의 추억이 진하게 담긴 나름대로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추억이란 것이 언제나 소중하고 흥미롭게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서서히 나이를 먹으며 삶의 여유를 잃어버리는 자신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리라. 누구에게나 있을 그 시대의 소중한 추억이 잠시 동안의 함소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상관없다. 기억 속을 후벼내며 열심히 떠올린 과거의 이야기들이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데 있어 약간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지.


前 게임파워, 게임메카 기자
前 온게이트 팀장


신상민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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